익명을 요구한 한 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집권 5년 중 레임덕으로 추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후반기 1∼2년을 제외하면 이미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보다 책임 있고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추진력이 열쇠”
많은 전문가는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와 ‘추진력’이라고 말한다. 친시장 정책을 표방하고 출범했다면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놓고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금 감면을 추진하다가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중단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는 것이다.
건국대 손재영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규제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출범한 정부가 그것을 안 하고 있으니 색깔이 없다고 비판받는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집값이 불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것이라는 시장주의 정부의 신념에 따라 ‘용기’를 가지고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박사는 “공급 확대 등 시장주의적 관점을 명확히 하되 장기적인 시각으로 과감히 정책을 추진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규제완화 공론화 작업 서둘러야”
규제완화 정책을 강력히 펴기 위해서는 공론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 규제별 세부 이슈를 제기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손재영 교수는 “지금 당장 급한 것이 세금 규제완화 및 재건축 규제완화”라면서 “서둘러 이슈를 제기해 공론화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지금처럼 대다수 국민이 ‘규제완화’를 누군가를 봐주거나 혜택을 주는 것으로 이해해선 어떤 정책이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강민석 수석연구원은 “규제완화를 ‘특정세력 봐주기 정책’이 아닌 ‘시장 정상화’ ‘합리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논리를 개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적기는 올해 하반기”
규제완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많았다. 단기의 집값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신뢰 있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고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풀라는 것이다.
한성대 이용만 교수는 “여건상 획기적인 규제완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라면서 “시장을 조정하려고 하기보다 시장자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질서 있게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방안으로 “우선 공급을 억제하고 있는 규제부터 풀고 이로 인해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때 수요억제의 비시장적 규제를 손질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완화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를 꼽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현재 시장 상황은 규제를 몇 개 풀었다고 급등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규제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