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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가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변수인 세대수, 평면, 학군 등을 비롯해 최근 들어 할인마트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할인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벗어나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쇼핑뿐만 아니라 지역의 쉼터 역할까지도 맡아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금호아파트. 2001년 11월 입점한 이마트와는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금호아파트는 서울 내에서도 집값이 잘 오르지 않는 지역에 자리 잡았지만 11월을 전후 해 33평형이 2억 1,500만 원에서 2억 3,500만 원으로 2,000만 원 상승했다. 은평구 전체 32평형 평균 매매가는 12월 1억 7,625만 원으로 전달에 비해 384만 원이 올랐다.

반면 은평구 갈현동 현대아파트. 세대수 및 준공년도는 금호아파트와 비슷하지만 이마트와는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현대아파트 32평형의 2001년 11월 32평형 매매가는 1억 8,500만 원 선. 12월에도 매매가는 1억 8,500만 원으로 이마트 입점 전과 후의 가격이 같았다. 차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아파트 가격에는 호재로 반영되지 못한 것.

이마트가 입점한 지 4년째 되는 현재의 가격은 어떻게 변했을까? 응암동 금호아파트는 2001년 11월에 비해 7,000만 원 상승해 2억 8,5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갈현동 현대아파트는 4,500만 원 올라 현재 시세는 2억 3,000만 원에 머무르고 있다. 은평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억 2,456원으로 6,215만 원이 올랐다. 은평구 전체 매매가에는 신규 아파트까지 포함된 데 반해 금호아파트는 입주 7년된 아파트임을 감안한다면 금호아파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금호아파트 상가 내 산수공인 민경남 실장은 "아파트 가격이 오른 이유 100%를 할인마트가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입주민들이 할인마트가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 중에도 마트가 가까이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금호아파트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서 쇼핑을 하던 금호아파트 입주민은 “할인마트가 가까운데 있어 쇼핑하는데 편하기도 하지만 걸어서 올 수 있어 심심할 때면 들른다"고 말했다. 이는 할인마트가 단순히 쇼핑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쉼터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할인마트로부터 얻는 편리함, 휴식처, 지역 커뮤니티 등은 고객들의 만족감으로 이어지며 고객의 만족감은 인근 아파트로의 만족감으로 연결되고 있다. 아파트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아파트를 옮기고자 물건을 내놓는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들어오고자 하는 수요자는 많아지게 되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다.





<할인마트 입점으로 가격이 상승한 응암동 금호아파트 모습> <부동산뱅크 사진 DB>

편의시설 이용, 지역 개발 선도해

할인마트의 점포 개발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이미 개발된 지역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마트 점포 개발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 할인점을 내고자 하고자 할 때는 기본적으로 기존 상권 파악 및 주변 수요층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을 한다”고 전했다. 상권 및 수요층이 가장 안정적인 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 내에 있는 할인마트가 이 경우이다. 마트 입장에서도 안전하게 매출 확보를 할 수 있으며 주변 단지는 가까운 곳에서 편의시설의 이용이 가능해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할인마트가 무조건 기반이 잡힌 안정적인 지역에만 입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나 개발될 지역에 미리 들어가 개발을 가속화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두 번째 개발 방식이다. 이마트 관계자에 의하면 “개발된 지역에 들어갈 경우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지가 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 유동인구를 예측해 보기도 하고, 향후 발전계획이 있는지도 파악해 개발 전이라도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할인마트 입점과 함께 개발이 진행된 대표적인 곳이 서울의 문래동과 안산에 입점한 홈플러스. 문래동 홈플러스는 문래동 공단지역 초기 개발 단계에 들어왔으며 주변이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래동 홈플러스가 원래 계획에 있던 곳에 들어가 개발을 선도하며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켰다면 안산 홈플러스는 주변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상승을 주도한 편. 안산 홈플러스 입점 당시 주변에는 기존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을 뿐 상권은 발달하지 않았고 시내버스가 없어 일대 아파트 단지의 교통이 불편했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에서 입점 후 안산시 주요 코스 운행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52번 버스의 노선을 변경, 일대 교통이 편리해졌다. 이에 따라 유동인구가 많아지며 상권이 발달하 게 됐으며 기존 고속버스터미널까지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홈플러스 인근 아파트 단지는 기본적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교통시설 이용이 편리해지고 주변 상권의 개발됨으로써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할인마트의 수혜를 누리고자 한다면 미리 매장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현재 이마트는 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 33개, 홈플러스는 15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이마트는 올해 죽전점을 비롯한 8개의 점포가 오픈 예정으로 있다. 매장은 각 할인마트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할인마트는 이제 생활편의시설에서 집값을 움직이는 변수로 우뚝 솟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개발이 되지 않은 지방의 경우 이마트가 입점하면서 개발축이 마트를 중심으로 이동한다”라며 “원주와 김천시의 경우 현재 이마트가 개발의 중심축이 되었다”고 전했다. 바야흐로 할인마트가 지역을 움직이며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부동산뱅크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