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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지금 ‘올빼미 DNA’ 이식중

퇴근후 쇼핑族시장 형성 젊은층 매출 87% 껑충

신세계 죽전점 10시 폐점 애경등 他백화점 확산

[헤럴드경제 2007-11-05]

야간 쇼핑객들이 늘어나면서 백화점 영업시간이 ‘올빼미형’으로 바뀌고 있다. 24시간 밤낮없이 불을 밝히는 할인점과의 영업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데 발맞춰 적절한 맞불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업시간을 연장함으로써 야간에 활동하는 올빼미족은 물론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인까지 단골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점도 백화점들이 올빼미 유전자를 이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올빼미 유전자에 흥분한 백화점들=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은 오후 8시이던 폐점시간을 최근 오후 10시로 2시간 늦췄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백화점을 찾는 가족단위의 쇼핑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죽전점은 30대 맞벌이 부부의 인구 비중이 높아 밤시간대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은 베드타운의 성격이 강하다”며 “자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서도 퇴근시간 이후까지 영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72%에 달하는 등 고객들의 요청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죽전점이 영업시간을 늦추면서 올빼미 유전자를 이식하려는 백화점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아이파크백화점은 당초 오후 8시로 규정했던 영업 마감시간을 평일에는 오후 8시30분, 주말에는 오후 9시로 각 30분~1시간가량 조정했다.

애경백화점도 최근 구로본점과 수원점, 삼성플라자에 대해 매주 금.토.일요일 사흘 동안 폐점시간을 뒤로 변경했다. 문닫는 시간을 예전보다 약간 늦춘 것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서울역 콩코스점도 마찬가지다. 이 백화점은 오후 9시가 되면 영업을 중단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폐점시간을 경쟁적으로 늦추는 것은 할인점의 영향으로 야간 쇼핑객이 많아졌고,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백화점은 영업시간 조정을 통해 고객 확대를 꾀하려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올빼미 변신, 왜?=백화점들이 올빼미 유전자를 이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 각 백화점들이 폐점시간을 늦춘 뒤 젊은 올빼미 쇼핑객이 급증했고, 매출 상승 효과도 뚜렷했다. 20, 30대 샐러리맨이나 맞벌이 부부 등이 퇴근길이나 식사를 마친 뒤 여유롭게 백화점 쇼핑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의 경우 30대 이하 쇼핑객 수와 매출이 연장영업 이전보다 각 63%, 87%씩 급증했다. 20대에선 증가폭이 각 176%, 109%에 달했다. 반면 40, 50대는 고객 수와 매출이 0.5%,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빼미 영업이 20, 30대 젊은층에 어필했다는 얘기다.

쇼핑 행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 뷰틱, 정장 등 40대 이상이 즐기는 품목은 매출이 정체 현상을 보였으나 30대 이하 젊은 쇼핑객이 선호하는 여성용 영캐주얼과 남성 코너는 매출이 52.7%, 42%씩 증가했다. 식품도 역시 증가폭이 23%에 육박했다.

아이파크백화점 용산점도 폐점시간을 연장한 뒤 올빼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 30대 샐리리맨과 학생들이 즐겨찾는 3층 여성 캐주얼 매장과 4층 멀티캐주얼 매장이 20% 이상씩 매출이 뛰었다는 것이다.

애경백화점 구로본점 역시 신사정장, 명품잡화, 영캐주얼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시간이 연장된 뒤 상승폭이 12.3%를 상회했다고 했다.

구로본점 마케팅총괄팀 관계자는 “퇴근시 구로지역을 거쳐 다른 지역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은 애경백화점을 거쳐 1호선 구로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요일 야간 영업시간 매출이 주말 매출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