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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 비싼 옵션’…분양가상한제 맞아？
[2007.11.20 17:16]




지난 14일 언론에 첫 공개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동시분양 A사 견본주택. 발코니 확장으로 실제 사용면적이 평균 23∼33㎡ 정도씩 넓어진 실내 구조가 눈길을 끈다. 출입구의 다용도 붙박이장과 대리석으로 마감된 바닥에서부터 주방의 빌트인 가구와 안방의 드레스룸, 붙박이장 등이 화려하게 치장됐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계약자들이 추가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옵션 품목들이다. 이 업체는 아직 분양승인이 나기 전이어서 확정되진 않았지만 발코니 확장비용을 포함한 옵션 가격을 3.3㎡당 70만∼80만원선으로 잡고 있다. 107㎡형의 경우 분양가 외에 가구당 2300만∼260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드는 셈이다.

지난 10월 말 높은 경쟁률 속에 분양이 완료된 경기 용인 흥덕지구의 호반베르디움과 한국아델리움은 옵션비용이 최대 4000만원에 육박했다. 호반베르디움은 발코니 확장비용만도 주택형별로 2202만∼1563만원이며 현관바닥 대리석, 비데, 천장매립형 에어컨 등 34∼36개나 되는 옵션 품목을 더하면 3954만∼3737만4000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옵션 선택 사실상 반 강제

20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수익률 저하를 분양가 산정내역에 포함되지 않는 발코니 확장과 옵션 등을 통해 보전하려는 경향이 크다. 이에 따라 분양가상한제가 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옵션 품목에 대한 규제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발코니 확장형을 기본형으로 설계해 공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코니 확장형을 선택하지 않으면 기형적인 내부구조로 인해 거주에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된다. 처음부터 확장 면적을 기준으로 평면이 설계됐기 때문에 확장형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주방이나 방이 반 토막으로 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정신도시 동시분양에 참여하는 B사 관계자는 “요즘 대부분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설계를 하고 있다”면서 “확장형을 선택할 경우 바닥재 등의 옵션도 덩달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시분양업체 가운데는 발코니 확장을 하면 폴리싱타일을 기본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등 선택의 폭을 줄였다. 발코니 확장과 옵션이 사실상 기본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유앤알 박상언 사장은 “옵션은 선택을 안했을 경우에도 거주에 지장이 없어야 하는데 요즘 아파트들은 옵션을 채택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활도 어렵게 설계된 곳이 많다”면서 “이는 사실상 분양가를 높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과다한 옵션, 분양가상한제 취지 퇴색

파주 운정신도시 동시분양 아파트나 용인 흥덕지구 아파트들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20∼30%정도 싸다. 이번 운정신도시 동시분양의 경우 전용 85㎡ 이하 중소형은 3.3㎡당 950만원선, 85㎡ 초과 대형은 1100만원대에서 분양가격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분양된 한라비발디 중대형(3.3㎡당 평균 1297만원, 최고 1494만원)보다 3.3㎡당 200만원 이상, 교하지구 시세보다는 100만∼200만원 이상 낮은 것이다. 용인 흥덕지구 호반베르디움과 한국아델리움도 3.3㎡당 각각 평균 1060만원, 930만원선으로 주변 시세보다 20∼30% 저렴하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옵션을 통해 떨어진 수익률을 만회하려는 경향이 짙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다른 아파트들의 발코니 확장을 포함한 옵션가격이 총 15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서 “파주운정신도시나 흥덕지구 아파트들은 너무 과도하게 책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공급된 경기 양주 고읍지구 동시분양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 붙박이장, 원목마루 등의 옵션 비용이 총 1200만원 수준이었다. 고읍지구 동시분양 건설사 관계자는 “옵션비용이 3.3㎡당 80만원 안팎이라는 것은 기본형에는 거의 아무것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의미”라면서 “건설사들이 낮아지는 수익성을 옵션으로 채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코니 옵션 내년부터 규제…옵션 세부 항목 살펴봐야

건설교통부는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공사비를 부풀려 편법으로 분양가를 인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내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이 부분을 심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무분별한 옵션 비용 확대로 사실상 분양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을 일부 막기 위해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청약예정자라면 아파드별로 어떤 옵션 품목이 있고 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는 지를 꼼꼼히 살펴 실제로 본인이 부담할 금액을 염두에 두고 청약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사진설명=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상한 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지구 내 민간 분양아파트에 과다한 옵션을 붙여 '분양가 인하'라는 상한제 효과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옵션은 계약자의 선택사항이지만 기본적으로 설계구조 자체가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주거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도록 돼 있어 계약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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