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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ㆍ황정일 기자 입력 2007/11/19 19:49 조회수: 434 프린트 스크랩 목록

이상한 정부 정책…헛갈리는 주택 수요자
대전서남부신도시 행정구역 따라 청약자격 등 달라





대전시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는 이승철(32)씨는 요즘 난감하다. 다음달 시작되는 대전 서남부신도시 아파트의 청약 때문이다.

같은 신도시지만 아파트가 지어지는 위치가 서구냐 유성구냐에 따라 청약자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기 때문이다. 1순위 청약 여부는 물론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다르다.

이씨는 유성구에 청약하고 싶지만 1순위 제한에 걸리고 대출도 많이 받을 수 없어 고민이다. 이씨는 “같은 신도시인데 청약요건이 다르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쪽만 투기과열지구ㆍ주택투기지역서 해제

대전권 최대 택지개발지구인 서남부신도시 아파트 청약 예정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의 탁상행정식 부동산 정책 때문에 같은 신도시에서 청약·대출 자격이 제각각인 '이상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2000년 서남부신도시를 짓기로 하고 택지지구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전 서구 가수원동, 유성구 대정동 등 일대 615만㎡ 규모로 아파트 2만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당장 다음달부터 대전도시개발공사(1898가구)와 엘드건설(1306가구)이 첫 분양에 나선다.

그런데 이들 단지의 청약자격과 대출요건은 서로 다르다. 대전도개공 단지에는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하거나 최근 5년 안에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사람은 1순위로 신청하지 못한다.

반면 엘드건설 단지는 별 제한이 없다. 대출 한도도 대전도개공 단지가 분양가의 최대 40%인 반면, 엘드건설 아파트는 최대 60%까지로 크게 차이 난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건교부가 9월 투기과열지구·주택투기지역를 해제하면서 유성구만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유성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청약 1순위 자격과 대출 한도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됐다.

대전시 "유성구 투기 우려 없는데"

대전도개공 단지는 행정구역상 유성구에 속하고 엘드건설 단지는 서구에 들어선다. 건교부 측은 "유성구는 인근 연기군 일대에 조성되는 행정복합도시가 가까워 투기 우려가 큰만큼 투기지역 해제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수요자·분양업체들은 불만이다. 서남부신도시 청약을 계획하고 있는 김광수(40·대전 대덕구)씨는 “7년전 건교부가 신도시를 계획해놓고, 이제와서 '나몰라라' 탁상행정식으로 신도시를 갈라놨다”며 "같은 단지에서 청약자격이 다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유성구에 아파트를 분양할 업체들도 고민이다. 청약자들이 규제가 덜한 서구쪽으로 몰려 대거 미분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교부 주장만큼 유성구의 투기 우려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국 집값은 2.7% 올랐지만 대전은 평균 1.2% 내렸다. 대전에서도 유성구(-2.1%)가 가장 많이 내렸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서남부신도시 단지들은 3~5년간 전매제한을 받기 때문에 투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전시까지 나서 "유성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해야 한다"며 건교부에 몇차례 건의했을 정도다. 그러나 건교부는 완강하다. 건교부 이재평 사무관은 “다시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성구의 해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의 이같은 방침이 가뜩이나 침체된 대전 분양시장을 더 가라앉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중구에 전매제한을 받지 않고 분양된 단지의 청약률이 20%에 그칠 정도였다. 대전 분양시장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생활권이 같은 대규모 공공택지를 건설하면서 행정구역 단위로 규제를 달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런 규제때문에 가라앉은 지역 분양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투기 우려가 높은 지역의 아파트 청약자격을 제한하는 제도. 2주택 이상 보유자나 비세대주 등은 1순위 청약자격이 없다. 분양권 전매도 일정 기간 할 수 없다. 현재 지방 9개 광역시·시·구가 지정돼 있다.

☞주택투기지역=주택 가격이 물가 상승률보다 월등히 높은 지역이 대상이다. 주택담보 대출이 엄격하게 규제된다. 분양가가 6억이 넘으면 DTI(총부채상환비율) 40%까지만, 6억원 이하는 분양가의 40% 이내에서만 대출받을 수 있다. 전국 81개 시·구가 지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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