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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회오리' 심상찮다 >


경기도 평촌신도시 39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H씨(42).
중견기업 차장인 그는 요즘 5월 말 전세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 다.

2년 전인 2004년 1억9000만원 하던 전세금이 지금은 2억8000만원으로 무려 9000만 원이나 오른 탓이다.

"못 올려주겠으면 나가라"는 집주인의 통보에 일단 새 집을 구하긴 했지만 저층에 향도 좋지 않아 영 마음에 안든다. 그런데도 가격은 2억6000만원을 불러 잔금을 치 르려면 추가대출까지 받아야 할 처지다.

차라리 집을 사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5억원을 훌쩍 넘은 집값을 확인하곤 어 깨만 늘어뜨렸다.

거래를 알선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그나마 매물 구한 게 다행"이라며 "세금 때문에 전세금을 올리는 집주인이 늘어난 데다 이사철이 지나면서 작년 말부터 (전 세)시세가 부쩍 올랐다"고 말했다.

대출없이 자기 돈으로 사는 전세가 좋다고 생각했던 H씨는 2년 전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샀으면 이런 설움은 안 당했을 걸 하는 후회마저 든다.

전세계약 만기가 몰린 봄이 되면서 예상보다 크게 오른 전세금에 한숨짓는 세입자 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서울 강남권과 목동, 분당 등 수도권 주거중심지에서 심해 " 돈 없으면 전세로도 좋은 곳 못 산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이사를 가더라도 집을 구입해서 옮겨가기보다는 같은 전세로 옮기는 사례가 많다. 현재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에는 앞으로 꺾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남양주, 의정부 등 수도권 외곽 전세시장은 수요도 적고 시세도 제자리 걸음 이다. 전세시장에도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부 공인 주택시세 조사기관인 국민은행이 발표한 2월 전국 전세금 상승률은 0.4% . 2005년 2월 전세금이 0.2% 상승으로 돌아선 후 13개월째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 이는 정부 공인 주택가격 조사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긴 기간으로 지난 87~88 년 20개월 간 이어진 상승세에 버금가는 것이다.

전세금 상승폭은 특히 주거 선호지역이 크다. 지난달 강남권 전세 시세는 0.8%, 경 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은 0.6% 올랐다.

국지적인 요인을 뺀 전세금 상승 원인은 △집 주인에 대한 세부담 증가 △판교신도 시 우선공급을 노린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연기 △2년 동안 이어진 집값 상승분 반영 등 크게 세 가지다. 통상 2~3월 이사철엔 전세금이 오르는 게 자연스런 현상 이지만 올해는 집주인들이 향후 2~3년 안에 부쩍 늘어날 세금 증가분을 전세금에 반영해 상승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태근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2006-03-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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