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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함종선] "호가(주인이 부르는 값)는 4억원선인데 실거래가는 3억1000만원?" 경기도 부천 중동신도시 한 아파트의 실제 거래가를 알아보기 위해 원미구청을 찾았던 김모(44.주부)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호가와 구청에 신고된 실거래가의 차이가 큰 것을 알고는 매입을 포기했다. 김씨는 이곳 일부 아파트들의 호가가 담합에 의한 부풀리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본지가 최근 집값 담합이 심했던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호가와 실거래가를 조사해 보니 호가가 30% 이상 부풀려진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 동호회와 부녀회 등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으나 실제 거래된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기 지역의 경우 담합 가격이 거래가로 이어지기도 해 '아줌마의 힘'을 반영했다.

◆ 실거래가와 거리 먼 호가=호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크게 벌어진 곳은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보다 가격 상승폭이 작은 수도권 몇몇 신도시다. 경기도 산본신도시 중개업소들에 제시된 J마을 D아파트 34평형 호가는 4억~5억2000만원이다. 그러나 군포시청은 12일 거래된 이 아파트(4층) 실거래가가 3억9100만원이라고 밝혔다. 산본 B마을 K아파트 49평형(8층) 실거래가도 5억1600만원으로 신고돼 호가(5억9000만~7억1000만원)를 크게 밑돈다. 군포시청 관계자는 "4월부터 본격화한 집값 담합 행위로 최근 두 달 동안 호가만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집값 담합이 확산되고 있는 중동도 마찬가지다. E마을 37평형이 3억1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최근 원미구청에 신고됐다. 반면 각종 시세정보 사이트와 중개업소에 걸린 이 평형의 호가는 3억9000만~4억4000만원이다. 중동 B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지나쳐 실거래가와 무관하게 시세를 높여 조사업체에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당 1000만원을 '목표'로 단지 주민들이 집값 담합을 벌이고 있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K아파트 33평형의 경우 도봉구청에 최근 신고된 실거래가액은 1억7500만원으로 평당 530만원선에 불과하다.

신도시 외곽도 시세와 호가가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 고양시 일산동 A아파트의 경우 시세는 2억~2억7000만원이지만 지난달 29일 일산서구청에 신고된 실거래가는 1억7500만원에 불과했다. 용인시 보라마을 H아파트 47평형도 이달 초 4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기흥구청에 신고돼 호가 4억4000만~4억7000만원에 못 미친다.

◆ 담합 가격이 실거래가로=선호지역 인기 단지의 경우 담합 등으로 조정된 가격이 실거래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산신도시 문촌마을 S아파트 37평형은 최근 6억1000만원에 신고됐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의 시세(5억5000만~6억2000만원)대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주엽동 K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이 정한 값 이하로 매물이 나오지 않자 추가 상승을 걱정한 매수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평촌에서도 주민들이 올린 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동안구청 관계자는 "목련마을 S아파트 44평형(10층)이 최근 8억5000만원에 거래신고됐다"며 "연초부터 집값이 오르자 집주인들이 내놓은 값대로 팔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담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양도세 부담을 가진 다주택자들이 9~10월께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담합으로 오른 가격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담합 지역 주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동신도시 S아파트 단지 부녀회장은 "시세에 큰 관심이 없던 중동 주민들까지 '집값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게끔 만든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