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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한 추위 탓에,

행여 봄이 늦어질까 염려가 컸습니다.

늦는다고 해봐야 고작 며칠일 게 빤한데도,

고단한 겨우살이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조신하지 못하게 안달을 냈

습니다. 설이 지나기 무섭게 시작된 이른 봄 타령이, 입춘과 우수를 지나 경칩을 앞

둔 오늘까지 입에 달릴 지경입니다.

봄 하나에 답답한 세상사가 달린 것처럼 말입니다.




아직 차가운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포근한 본래모습까지는 아니어도,

환한 모습에 상큼한 내 음은 어딜 내놔도 생동감 넘치는 새내기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른 봄날은 세상에 희망이 다시 솟는 날입니다.






세상을 홀딱 뒤집어 놓을 작정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돕니다.

아니, 세상을 뒤집어 놓을 작정이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정돕니다.




어떤 일에는 그 일이 있게 한 동기가 있게 마련이고 그 동기에는 반드시 겉으로 내

세우는 명분이 따르기 마련인데, 실상 세세히 따지고 들어가 보면 불편한 진실이 담

겨져 있는 게 태반입니다. 개인 간의 사사로운 일에는 두말할 것도 없고 정부나 단체

에서 공공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일에도 개인의 감정이나 이익 등이 꼼수

로 감춰진 일은 흔하디흔한 일입니다. 매일같이 언론의 단골 메뉴가 그런 것들로 넘

쳐나는 것을 보면 매사에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가정 하에 사물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될 정돕니다.




그렇지 않아도 꽁꽁 얼어붙어 숨 쉴 때마다 허연 입김을 쏟아내던 시장입니다.

하루하루 버티기에도 힘에 겨워 하늘에서 썩은 동아줄이라도 내려오지 않나 눈을 두

리번대던 땝니다. 기진맥진해서 가만히 나둬도 제풀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손을 잡아주려 해도 다리에 힘이 빠져 도로 주저앉기를 밥 먹듯 하던

시장입니다.

연달아 뒤통수를 치지 않아도 죽을지 살지 판단이 쉽지 않을 땝니다.

업어주고 보듬어줘도 시원찮을 판입니다.




부동산시장이 홀딱 뒤집혔습니다.

서울시장이 바뀐 뒤로 하루도 성한 날이 없습니다.

시작은 화끈 했습니다.

통 크게도 가락시영 종 상향 결정은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전임 시장은 몇 년을 주물럭대던 것을 쾌도난마식으로 단칼에 해치워 버립니다.

덕분에 하루아침에 시장은 벌집 쑤셔 놓은 듯 들썩였습니다.

그 때문에 숨통이 트이려나 살짝 화색이 돌기까지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단 한차례 성한 날은 있었던 셈입니다.

성한 날은 단 한차례, 시장은 그야말로 홀딱 뒤집혔습니다.




이후 행보는 숨이 가쁠 지경입니다.

한강변 르네상스는 꿈도 꾸지 말라면서 해당 고층 아파트 용적률상향 요구는 무 자르

듯 하는 걸 시작으로 강남권재건축의 요구는 공공성을 앞세우며 줄줄이 퇴자를 놓습

니다.

느닷없이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놓는가하면 공공성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번번이 보류

를 일삼던 개포주공에 뜬금없는 소형 50%를 지으라고 성화입니다.

그 논란이 가중된 중에도 고층아파트 심의를 강화하겠다며 엄포를 놓습니다.

못을 박아도 단단히 박겠다는 심사인 모양입니다.




아무도 못 말립니다.

해당부처인 국토부와는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재건축주민이나 뉴타운주민의 아픔 따

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자기가 공언한 정책은 무조건 옳은 일이고 주변의 권고나

조언 따위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서울시장이 아니라 오지랖은 나라님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하루가 멀게 쏟아내는 규제는 참여정부시절 대못이 무색할 정돕니다.




억지로 주택시장을 누르면 누를수록 서민들만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입니다.

소형평형을 늘리면 당연히 재건축시장은 위축됩니다. 사업지연은 주택공급과 전세부

족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그 때문에 소위 있는 사람들은 새 시장 덕분에 또 한 번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회심의 미소를 짓는 다는 얘기까지 떠돕니다.

서민들의 편에 서서 통쾌하게 복수라도 할 작정인지 몰라도,

결국 서민들의 삶만 더욱 힘들게 할 뿐입니다.




요행으로, 둔촌주공은 서울시의 날벼락 같은 규제 홍수 속에서도 소낙비는 피해갈

전망이라는 평가가 잇따라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일각에서는 반사이익을 얻는

다는 소리까지 나돌 지경이지만 편하지 않기는 매 한가집니다.

서울시의 어깃장행보가 워낙 제 맘대로 여서 선뜻 마음을 놓기가 불안한 때문입니다.

예기치 못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하도 노련한 탓에, 서울시의 숨은 꼼수를 적확하게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급부족이 빤히 보이는데, 그래서 궁극으로는 서민들 삶이 더욱 힘들어질게 빤한데

도 막무가내 밀어붙이는 걸 보면 어딘가 석연치 않은 게 있어 보입니다.

전임시장의 정책은 무조건 쌍심지를 켜는 것도 영 찜찜합니다.




설마, 세상을 홀딱 뒤집어 놓을 작정은 아닐 테죠?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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