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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그렇지

마음을 다잡고 나면 지체할 것도 없습니다.

매섭고 모질기만 하던 추위가 순식간에 꼬리를 감췄습니다.

햇볕은 눈부시고 바람 끝은 몰라보게 보드라워 졌습니다.

금방이라도 언 땅을 뚫고 새싹이 불쑥 솟아오를 것만 같습니다.




아직은 한낮에만,

그리고 몇 차례 꽃샘추위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꼬리표가 못내 거슬리기는 해도,

마침내 봄은 왔습니다.

여린 봄날에 환한 희망이 가득합니다.






오래된 소설 중에 윤흥길이 쓴 ‘완장’이란 소설이 있습니다.

MBC베스트셀러 극장인가. 드라마로 만들어 지기도 해서, 주인공 임종술 역을 맛깔나

게 소화해 낸 조형기의 연기까지 더해 재미있게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땅 투기로 돈 푼깨나 만지게 된 졸부 최사장은 저수지의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면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백수건달로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고 살던 임종술은 이

런저런 최사장과의 연줄로 저수지를 지키는 ‘완장’을 차게 됩니다.

생전 티끌만한 권력조차도 넘볼 여력이 없이 살던 백수건달이 알량한 권력을 갖게 되

면서 온갖 해프닝이 전개됩니다.

낚시가 금지된 저수지에서 누가 뭐라 하던 낚시를 해 오던 그는 그러나 저수지 관리

인이라는 완장을 찬 후 180도 달라집니다. 누구든 낚시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가

뭄에 논 물 대는 것조차 막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마을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던

꿈은 산산조각으로 깨진 채 완장을 빼앗긴 후 쫓기 듯 마을을 떠납니다.

쥐꼬리만 한 권력을 갖게 되면서 안하무인격으로 변한 임종술을 보면서 분노와 실소

를 금치 못하면서도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는 잔잔한 감동으로 재미를 더한 기

억이 남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한강변 르네상스로 일컫는 한강변 고층아파트 단지에서 촉발된 분노는 뉴타운시장으

로 강남권재건축시장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갑니다.




가락시영 종 상향 결정이후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적이 없습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커녕 추가 규제로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의지를 팍팍 꺾어놓기

가 일쑵니다.




느닷없는 뉴타운출구전략으로 뉴타운 시장의 해당 주민들의 기대를 납작하게 해놓

은데 이어 개포주공은 소형평형을 50%나 지으라는 권고로 투자의지의 숨통을 끊어 놨

습니다.

더구나 이를 전 재건축지역에 적용하겠다는 소리까지 거침이 없습니다.

특히 개포주공은 서울시의 공공성에 기초한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주민들과 어렵

사리 조율을 해서 올린 안을 무시하면서까지 내려진 조치라 그 충격은 가히 폭발적입

니다.

게다가 엄연한 서울시의 조례를 무시하면서까지 내려진 조치에는 그 무소불위의 권

력 앞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무책임한 정치적 행보라며 비난이 빗발칩니다.

사업을 중단시키거나 보류시키면 대안이라도 제시해야 할 게 아니냔 얘깁니다.

서울시의 잇따른 정책 개입으로 부동산시장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토지나 주택소유자

에 대한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뉴타운 투자자라해도 대부분 내 집 마련을 위해 겨우겨우 자금을 마련한 서민들이라

사업이 중단되면 그 꿈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트립니다.




한강변 고층재건축단지들의 용적률상한 요구를 무더기 반려시킨데 이어 개포주공

소형평형 50%이상 건립 조치에 대해 강남권재건축 추진단지 조합원들이 집단 반발 움

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재건축으로 집을 늘려가기는커녕 오히려 줄여서 가야할

형편인데 어느 누가 재건축을 찬성하겠냐면서 아예 재건축을 포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서울시장은 60평 아파트에 살면서 시민들은 소형평

형에 살라고 하니 과연 이치에 맞는 소리냐는 것입니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며 제대로 된 시장이라면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게 아니냐며 목청을 높입니다.

하위 10%만 챙기면서 중산층을 포함한 나머지는 안중에도 없다며 벌겋게 핏대를 올립

니다.

보다 못한 정부까지 서울시 주택정책의 반시장적효과를 검증하겠다며 정면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참여정부 시절로 시계를 되돌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돕니다.

강남권재건축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됐던 시절입니다.

당시 ‘완장’을 찬 이들이 만든 대못도 이보다 더할게 없었습니다.

그 시절 ‘완장’찬 이들은 내키지 않았을 테지만, 이후 대못은 소리도 없이 사라졌

습니다.

그 시절 ‘완장’과 함께 말입니다.




새로운 ‘완장’의 힘이 실로 대단합니다.

겨우 숨통이 틔려나 싶던 시장이 쑥대밭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완장’을 찬지 불과 4개월이 채 되지 않아섭니다.

그 무소불위의 힘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완장’의 끝은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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