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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속이 탔든가 봅니다.

강추위가 주춤하자마자 냉큼 자리를 꿰찼습니다.

설이 지나고도 수그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맹위를 떨치는 추위가

꽤나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그나마 짤 디 짧은 봄날이 반 토막이라도 나면 어쩌나하는 염려에서겠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은 자리부터 잡고보자는 듯이 잽싸게 멍석을 깔았습니다.

아직은 곳곳이 빙판이고 바람 끝이 매서워 귀때기며 손끝이 시리기만 한데도,

앞뒤 잴 것도 없습니다.

꽃샘추위니 뭐니, 몇 번이고 속을 뒤집어 놓을 거지만 그거야 대수롭지 않다는 거죠.

봄이 오는데 그깟 거야 백 번이고 감수하겠다는 거죠.

원래 그 정도 대가는 의당 치러야 한다면서요.

봄이 어디 웬만큼 소중한 거라야 말이죠.




12.7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강

남권재건축단지 거래 활성화는 꿍꿍 무소식입니다.

활성화는커녕 외려 집값이 더 떨어지고 거래는 더욱 얼어붙었습니다.




당초 정부 취지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면 대책에 포함된 재건축초과이익 2년간

유예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 등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그마저도 썩 기대감이 높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12.7 대책의 효

과는 물 건너 같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떠돌 지경입니다.




반짝 상승했던 강남권재건축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변수

가 보이지 않아 회복을 점치기도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박원순호 서울시가 기존 내용을 뒤집는 관련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회복은커녕,

재건축사업이 진행될지 되레 우려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형국입니다.

뉴타운출구전략, 한강 르네상스로 일컫는 한강변 초고층아파트 재건축 제한에 이어

개포주공 소형 50%확대 건립 등 핵심 사업마다 어찌 보면 딴죽을 걸고 파투를 놓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니 말입니다.




특히 지난 9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에 절반을 소형아파

트로 지을 것을 요구한데 대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행정기관의 폭력이라는 말도 서

슴지 않습니다.

부분입대를 10%이상 요구해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계획안에 반영했더니 이제는 아예

전체의 절반을 소형으로 지으라니 말도 안 돼는 요구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황당해하기는 매한가집니다.

서울시 스스로 마련한 조례조차 무시한 채 소형아파트 수요가 많다는 시장의 트렌드

를 심의의 잣대로 삼는 것은 권한을 넘는 것 이라며 최근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보

고 있노라면 자질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박원순식 정책이 단기적으로 해당지역 가격하락을,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서울지역 공급물량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공급원입니다.

특히 강남권 공금의 70%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 중단은 2~3년 후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향후 아파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깁니다.

집값이 잡혔다고 마냥 박수칠 일만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강변 고층재건축단지는 말할 것도 없고 개포주공을 비롯해 은마아파트, 잠실주공

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되지 않아 속이 새카

맣습니다.

서울시의 입 하나만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떡 하나 던져주기만을 바라는데 정작 서

울시는 이들의 요구는 숫제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마치 요즘 유행하는 ‘일진’처

럼 막무가냅니다. 따라올 테면 시키는 대로 하고 아니면 말라는 식입니다.

공공성을 앞세우며 하위 10% 계층은 제 식구 감싸듯 싸안으면서 서울시민의 그늘은

결코 하위 10%에만 있지 않다는 진실은 애써 외면할 뿐입니다.

그 때문에 도대체 시장은 과연 누구를 위한 시장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지천입

니다.




나 홀로 들썩이는 둔촌주공이 오히려 머쓱할 지경입니다.

들썩인다는 소식을 올린 글에 “구라 치지 말라”는 험악한 댓글이 달릴 정돕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하나같이 쑥대밭인 게 엄연한 현실인데 두 눈으로 번연히 확인

한 현장에서조차 혹시 잘못 본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돕니다.




지난 일주일새 팔린 게 10건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

수요일과 목요일 연 이틀은 하루 4건씩이나 팔렸습니다.

한창 회복세를 탈 때도 그리 흔치 않은 일입니다.

2월 들어 13~14건이 팔렸으니 휴일을 빼고 나면 하루 한건도 넘게 팔린 셈입니다.

과연 그런 때가있었나 싶게 가물가물 할 정도가 되긴 했어도 시장이 팡팡 돌아 갈 때

나 드물게 있었던 일입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가 하나같이 병든 닭 모가지 신센데 이건 영 딴 판입니다.




반사이익이 어떤 건지 몸소 보여주자는 속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처럼 나 홀로 들썩인 것은 여태껏 본적이 없습니다.

간혹 특별한 지역에 국한된 호재가 있어 때 아닌 호황을 누린다는 기사를 보고 부러

움의 눈길을 숨겨본 적은 있어도 이처럼 실제 중심에 선 경험은 유래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물론 철저히 시세보다 싼 급매물에 국한 된 얘기고, 추격매수가 일 정도까지는 아니

지만,

며칠 북적이는 사이 1천만~2천만 원 가격이 올랐고 또 오른 그들이 팔렸으니 꼭 그렇

다고 단적으로 말할 수도 없는 셈입니다.




숱한 딴죽 걸기에도 믿음이 가는 특별한 게 있다는 것이겠죠.

입맛에 맞지 않거나 전임시장의 핵심 정책 사안은 줄줄이 퇴짜를 놓으면서도,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모조리 절단을 낼 수 없다는 저간의 형편을 짐작한 때문이죠.

이를테면 공공성의 시현을 위해서라도 저들의 요구에 부합되는 단지들의 경우 거부

할 이유가 없을 것이란 얘깁니다.

저들의 요구에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데 퇴짜를 놀 명분이 있을 턱이 없다는 것

이지요.

일련의 조치들로 강경한 저들의 의지를 보여준 반면 숨겨진 행간은 속속 드러난 셈입

니다.

그 속을 샅샅이 꿰뚫고 하는 요구에 응당 손바닥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저들의 요구에 맞추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아무나 마음만 있다고 저들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고층아파트 단지처럼 지분이 넉넉지 않은 곳은 설령 마음이 있다 해도 선뜻 응할 수

가 없다는 뜻입니다.

서울시의 요구, 결코 만만해 볼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둔촌주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적이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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