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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규제가 풀린다는 데 누가 지금 팔겠어요"

[현장클릭] 단계적 규제완화，거래엔 쥐약/박일한기자
2008-03-10 18:24:14


“앞으로 규제가 풀린다는 데 누가 지금 팔겠어요.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만 좀 완화돼도 얼마나 이득인데!”

최근 만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를 약속했기 때문에 매도자들이 물건을 내놓기를 더욱 꺼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총선 이후든 올해 말이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물론 재건축 규제까지 풀어주겠다고 한 마당에 지금 매도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식이 강남권 집주인들에게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미 시행 시기가 결정된 1가구1주택자 양도세 완화 계획 이 외에도 1가구2주택자들을 위한 양도세 완화까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시세차익의 50% 양도세 부과율이 앞으로 36%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그것이다. 정부가 계획하는 ‘단계적’ 규제완화가 거래엔 ‘쥐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남구 개포동 우정공인 관계자는 “대부분 매수 대기자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호가를 낮출 생각이 없다”면서 “대출규제로 자금력이 부족한 매수 희망자들이 적극 나설 상황도 못돼 거래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매수 예정자들은 특히 이달부터 시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취득·등록세 인하 시기가 다시 연기되면서 매수시기를 미루고 있다. 지난 1월 여야는 2월께 국회에서 취득·등록세를 현행 2%에서 1%로 완화할 계획을 밝혔으나 지방 세수 확보 이후로 계획을 연기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 인하도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거래에 나설 경우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거래세 인하를 기다리는 매수희망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통상 규제완화가 예고되면 수혜를 보게 될 부동산 매물을 서둘러 확보하려는 매수 희망자들과 좀 더 높은 가격에 팔려는 매도 희망자들이 맞선다. 매수 희망자가 많이 몰릴수록 해당 매물 가격은 상승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대출규제 등 기존 참여정부의 수요관리 규제책이 상존하는 가운데 추진하는 것이어서 매수 대기자들이 적극 덤비지 못하고 있다. 반면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내리지 않는 매도희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대출 규제를 푸는 등 매수 희망자들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다만 거래를 늘리기 위해선 부동산 보유 부담은 유지시키는 것이 좋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양도세나 대출규제 등은 가급적 서둘러 풀고 종부세 해소는 좀 더 멀리 보고 추진하는 게 지금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까 싶다.

/jumpcu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