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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다시 오르는 집값 대책 있나?

[매경이코노미 2006-10-30 22:02]

‘집값 안정의 꿈’은 요원한 것일까. 정부가 그동안 각종 정책을 쏟아 부으며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했지만 시장은 항상 반대로만 움직이고 있다. 급기야 ‘공급 확대’를 위해 인천 검단신도시 발표 계획까지 내놓았지만 오히려 투기 열풍만 부추기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집값은 왜 이렇게 오르는 것일까. 정부 정책과 부동산 가격 급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해법도 함께 들어봤다.
참석자(가나다순):박병호 유은감정평가사무소 소장,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태욱 대신경제연구소 실장

한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여오던 부동산 가격이 요즘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 : 신도시 건설 발표 이후 며칠 새 주변 아파트값이 수천만 원 올랐습니다. 매물도 급격히 소진되고 있죠. 한마디로 부동산 시장에서도 ‘개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6억원 미만 아파트입니다. 6억원을 넘으면 세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이들 아파트에 줄을 설 수밖에 없죠. 그동안 규제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모두 중요한 한 가지씩을 빠뜨렸습니다. 10·29 때는 1가구 2주택자들을 실수요자로 간주했다가 강남 집값을 올렸죠. 8·31 조치 때는 재건축 정책을 빠뜨려서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가격 상승의 시발점이 됐어요. 3·30 대책에서 자금 융자를 규제한 것은 성공적이지만 정부는 ‘6억원 미만 아파트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현재 아파트는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은평뉴타운 고분양가가 분양가 상승에 불을 당겼고 전세난까지 겹쳐 그나마 집값 하락을 기다렸던 실수요자들마저 ‘집을 구입하자’는 논리로 돌아섰습니다.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입니다.

　

한태욱 대신경제연구소 실장 :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부동자금은 420조원 수준이었지만 저금리 기조 때문에 올해 무려 500조원을 넘었어요. 현재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저금리와 풍부한 부동자금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오를 여지가 남아 있죠. 금리 역시 현 4.5%에서 동결 혹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경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 또다시 저금리, 유동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겁니다. 정책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수도권 인구를 줄이기 위해 행정, 기업도시 등을 건설하고 있지만 오히려 신도시를 남발해 수요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어요.

결국 신도시 개발의 목적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얘기입니다. 공급 증가와 강남 주택수요 대체,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죠. 이번에 발표된 인천 검단신도시 역시 강남 수요 대체라면 입지 선정부터 잘못됐습니다. 단순 공급 증가로 지역 땅값만 부추기면서 역효과를 내고 있어요. 대선 변수 역시 집값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야당에서는 집값 상승의 시발점인 강남 재건축 완화에 대한 압력을 계속 넣고 있어 수요자들은 이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죠.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 무엇보다 정책 신뢰도가 떨어졌습니다. 한 예로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썼다가 투기억제 정책으로 돌아서고, 분양권 전매를 금지했다가 다시 허용하고 또다시 금지했습니다. 김포 신도시 역시 원래 480만평이었지만 150만평으로 줄였다가 다시 358만평으로 늘렸습니다. 이렇게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니 국민들은 정책을 믿을 수 없게 됐죠. 또한 임기응변 정책을 남발했습니다. 집값이 오르자 최근 또다시 ‘신도시’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신도시는 5년 후에나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박병호 유은감정평가사무소 소장 : 정부는 단순히 신규공급만 늘리려 했죠. 공급에는 기존 물량도 포함됩니다. 수요자가 많은 매물을 살 수 있게 기존 물량 거래가 활발하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지금은 수요와 공급 모두 억제된 상황이죠. 시장 상황에 맡겼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마음껏 사고팔도록 했어야 합니다. 현재처럼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내놓는다면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는 얘기네요. 그렇다면 이 같은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박병호 소장 :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는 한 가격 상승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도시는 지가가 오르기 전에 땅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미 상승한 지역을 개발하는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죠.

　

봉준호 사장 : 수요·공급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정부는 12월 15일 종부세 고지서가 나올 때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죠. 하지만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강남권이 집값 상승 진원지로 작용하기 때문에 강남 집값을 잡지 않으면 상승세가 양천, 강북으로 이어지다 다시 강남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입니다.

　

한태욱 실장 :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정책 변화에 달려 있겠죠. 정부는 먼저 ‘강남의 우위성’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얼마 전 강남권 규제 완화는 없다고 못 박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보면 ‘추가공급이 없기 때문에 집값이 또다시 뛸 것’이라는 뜻이죠. 상대적으로 지방 대도시는 가격 상승은커녕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고 있어요. 양도세를 내고 나면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조차 힘듭니다. 결국 앞으로는 계속해서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공급물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존 주택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해요. 절대 수급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마다 일시, 부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분양가를 아예 낮추거나 용적률을 높이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이런 정책을 적용한 단지를 시범적으로 몇 곳을 선정해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땅값 상승이 자연스레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돼 집값 안정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주택자들은 당장 집을 사야할까요?

봉준호 사장 : 2008년 무주택자 청약 가점제가 적용될 때를 주목해야 합니다. 25.7평 이하 물량은 무주택자들이 가져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전셋값이 오를 겁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뀔 경우 무주택자에게 가점이 해당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융자를 얻어 소형평형이라도 사자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어요.

저는 거꾸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이 오를 때 오히려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네요. 가격이 오를 때 급하게 매물에 올라타다가는 오히려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죠. 원하는 곳에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격 상승세가 잠잠해지면 주택구입을 서두르세요.

　

박병호 소장 : 때를 기다리지 말고 필요할 때 주택 매입에 나서야 합니다. 정부 정책에 흔들리지 말고 나름대로 판단한 유망지역, 개발요소가 풍부한 지역에 하루 빨리 입성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어떤 정책이 마련돼야 할까요?

한태욱 실장 : 주택정책 목적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강남을 보고 전체 부동산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죠. 부동산정책이 성공한 것은 딱 한 번 있습니다. 80년대 아파트 220만가구 건설을 발표한 때였죠. 88서울올림픽 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가격을 안정시키기위해 토지초과이득세와 함께 시행했는데 92년부터 집값이 잡혔습니다. 그만큼 정부 정책이 시장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죠. 정부가 조그마한 정책을 계속 남발해봤자 시장은 내성만 키웁니다. 목적을 정확하게 구분지은 후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후분양제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국민주택 규모 이하는 후분양제로 서민층을 위한 주택을 마련하고 민간 중대형 주택들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시행해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결국 공영과 민영아파트의 선을 긋는 것이죠. 정부는 양극화를 무작정 억누를 게 아니라 부자는 부자대로 서민은 서민대로 각각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강남권부터 수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고 지방 미분양 물건은 전매를 허용하는 등 유연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봉준호 사장 : 이번 인천 검단신도시를 예정할 때도 600만평 이상 규모를 갖고 있고 강남과 가까운 과천 그린벨트 지역과 서울공항은 아예 배제해놓았습니다. 하지만 경제 수준은 갈수록 좋아지고 수요가 고급화되기 때문에 그만큼 고급 주택이 필요합니다. 수도권 인구가 2500만명이고 인구는 점차 늘고 있기 때문에 수요자가 원하는 곳, 즉 강남 인근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 인구를 줄이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행정도시 발표 계획이 나와서 처음에는 서울시 집값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지만 오히려 집값은 오르고 있습니다. 행정도시뿐 아니라 다른 좋은 인프라를 갖춘 도시를 수도권 이외 지역에 계속 만들어 인구 집중을 완화시켜야 합니다.

　

박병호 소장 : 정부가 사고를 180도 바꿔야 합니다. 부자를 건들면 건들수록 오히려 방향은 엇나갑니다. 먼저 강남과 멀리 떨어진 곳, 즉 보상비가 평당 40만원 이하 수준인 곳에 강남보다 훨씬 좋은 주거여건을 갖추고 인구 50만~10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를 지어야 합니다. 이곳에는 강남권 주거여건을 원하는 부자들이 입성하도록 하는 거죠. 대신 도심 재개발, 재건축 지역은 규제를 풀고 전용면적 18~25평 규모의 서민주택이 들어서도록 해야 합니다. 규 모를 줄이는 대신 주택소유 제한은 풀고 한 사람이 3~4채 이상씩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죠. 결국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서민 주거지역으로 만들자는 계획입니다.

　

최현일 교수 : 대량공급 정책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1~2군데 신도시를 만들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5년 후 물량이 한 번에 늘어날 수 있도록 신도시를 건설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국민임대주택 규모를 늘려야 합니다. 이와 함께 용적률을 높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서울시 건물 용적률을 10%만 높여도 신도시 5개를 짓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결국 토지 가격은 낮추고 공급을 늘려 분양원가 역시 낮춰야 합니다.

　

투자 유망지역을 추천해주신다면?

박병호 소장 : 현재보다는 미래 가치가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은 이미 재개발이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수도권 재개발을 노리는 게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성남, 안양권을 비롯해 광명, 의왕시를 노려볼 만합니다. 20평 단독주택의 경우 가격이 평당 1000만~1500만원 선이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습니다.

　

한태욱 실장 : 일반 서민들은 신규분양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원 광교지구나 용인 흥덕지구를 노려볼 만합니다. 자금 여유가 있다면 성수동 연립주택이나 뚝섬, 용산지역이 유망합니다. 강남을 비롯해 여의도, 흑석, 구반포에서 압구정으로 이어지는 지역 역시 주목해야 합니다. 뉴타운도 장기적으로 가치가 올라갈 것입니다.

[진행·정리: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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