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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했습니다.

봄이 오는 통과의례치고는 좀 과하다싶었습니다.

겨울이 다시 오나 염려가 될 정도였으니까요.

4월에, 그렇게 센 강풍에 폭설은 매우 드문 일이거든요.

봄 날씨라는 게 원래 변덕이 죽 끓듯 하고

바람 끝이 모질 때가 없진 않지만 말에요.




요란한 중에도,

개나리꽃은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모양입니다.

긴 담장엔 개나리꽃이 흐드러졌습니다.

솜사탕 같은 봄볕에 닿은 샛노란 꽃잎이 눈이 부십니다.

봄날이 환합니다.




김 씨는 소형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벼르던 중형아파트로 갈아탈 계획을 실행에 옮길 생각입니다.

오래전부터 큰아이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중형에 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살 때 얻은 대출도 다 갚았으니 설령 대출을 새로 얻어서 갈아

탄다 해도 딱히 부담이 더 늘어날 것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형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소형과 중형 가격차가 대폭 좁혀진 점

이 결심을 굳히게 된 배경입니다.

게다가 잘만하면 급매물을 잡아 당초 계획보다 훨씬 부담을 줄일 가능성도 없지 않습

니다.

거래가 꽁꽁 막혔다보니 급하게 팔아야할 급매물이 심심치 않다니 말입니다.




유 씨는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이참에 소형 아파트라도 아예 아파트를 살 생각입니다.

전세 값이 오른 데다 집값은 떨어져서 전세 값이나 집값이나 그게 그거인 셈입니다.

약간의 대출을 이용하면 별 무리가 없을 듯해섭니다.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것도 귀찮

고 집주인 눈치 보는 것도 싫어 집값까지 떨어진 이때가 기회라는 생각에섭니다.




강 씨는 강북의 중형아파트 소유잡니다.

강남이 직장인 관계로 출퇴근이 여간 고달픈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문제도 늘 걱정꺼립니다.

틈만 나면 강남의 아파트로 옮길 생각을 수도 없이 해오던 찹니다.

요즘 집값이 많이 떨어 졌다는데 이참에 과감하게 강남으로 갈아탈 계획입니다.

강남북간 집값 차이도 많이 좁혀졌다는 보도를 접하고서 더욱 생각을 굳히게 됐습니

다.

싸게 팔고 싸게 사면 그만이니까요.




생각 같아서는 번듯한 새 아파트를 사고 싶지만 생각만큼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닙니

다.

강남북간 격차가 줄었다고는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여윳돈을 보태서 강남

의 새 아파트로 가기에는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대출을 얻는다 해

도 무한정 얻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또 지나친 대출은 가급적 삼가고 싶습니다.




오랜 생각 끝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로 결정을 했습니다.

여윳돈을 보태고 약간의 대출을 얻을 생각입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당분간은 낡고 비좁은 데서 살기로 했습니다. 고생은 되겠지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몸으로 때우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을 듯해섭니다.

이주가 시작되면 무이자 이주비 받아서 대출금 갚고 보다 여유 있는 전셋집으로 옮

겨 갈수도 있습니다. 그저 당분간 조금 불편한 것을 참으면 될 듯싶습니다. 굳이 고

생이랄 것도 없습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말입니다.




대신, 가급적 진행이 빠른 단지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불편함의 기간은 최대한

단축시켜야 할 테니까요. 최근 서울시와 강남권재건축단지와의 갈등 등을 감안하면

서울시 요구조건에 부합되는 단지의 선택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자칫 최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둔촌주공아파트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올림픽공원과 연접되고 주변이 녹지와 산으로 둘러싸인 점에서 재건축이후에도

쾌적성이 뛰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지하철 5호선 둔촌역이 단지 앞인데다 단지 바로 옆에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지하

철 9호선 공사가 한창이어서 출퇴근이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시와 갈등에서도 다른 단지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는 점은 둔촌주공을 주

저 없이 선택하게 만든 요인입니다. 넉넉한 지분 등 양호한 천혜의 조건을 자원으로

임대아파트나 소형평형 등 서울시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고도 여타 단지와는 비교가 되

지 않을 정도로 조합원 부담이 적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어깃장 행보를 거듭하

는 서울시가 쉽게 둔촌주공의 요구를 내칠 수 없는 저력이기도 하고요.



더구나 종 상향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종 상향이 되면 조합원들의 부담은 더욱 낮아집니다. 그 때문에 거래가 꽉 막혀 죽

을 노릇이라는 데도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거래가 쉴 새 없이 이뤄진다

는 것입니다. 물론 아주 싼 급매물에 국한된 것이지만.




바닥을 찍었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4월에 들어서면서는 실수요자라면 사도 될 때 아니냔 소리도 있습니다.

대출이 많지 않으면 사도 나쁘지 않다는 얘깁니다.

집값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귀신이나 아는 게 집값이라면서 여기저기 귀신 흉내 내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김 씨, 유 씨, 강 씨처럼 말입니다.




하도 오래된 데다, 늘 스치듯 지나가버려 또렷이 기억해내는 일이 그리 쉽지 않지

만,

바닥은 보통 요렇게 생겼습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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