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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살짝 스치고 간 뒤는,

화장기 하나 없는 맨 햇살이 눈부십니다.

알싸한 봄날이 상쾌합니다.




일주일 동안 걸려오는 전화가 열손가락을 꼽을 정돕니다.

하루 종일 매수문의 한건 없는 날이 허다합니다.

드물게 걸려오는 전화도 집값 하락을 걱정하면서 매도시기를 저울질한다는 집주인들

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집을 사겠다는 매수전화는 거의 씨가 마른 셈입니다.




“진즉에 팔걸 그랬어요.”

목소리엔 아쉬움이 그득 배었습니다.

9억 중반에 팔 걸, 그때 팔지 않은 게 후회막급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8억도 안된 지금 팔수야 없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원래는 재건축이 되고 난 다음에 팔 생각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자꾸 떨어지니 불안하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파는 게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욕심 낼 것도 없이 8억 중반 정도만 되면 팔아버릴까 생각 중이라고 했습니다.




“지켜보고 있어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격도 많이 떨어진 걸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포주공과 다르게 소형평형 논란에도 자유롭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습니다.

종 상향이 되면 수익성이 강남권 어떤 단지보다 못할게 없다는 것도 잘 안다는 거였

습니다.

지하철 9호선에, 최근 송파구의 관광특구로 지정된 올림픽공원 주변의 입지 등을 감

안하면 고급주거지로 강남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추가 분담금 면에서도 이미 종상향이 결정된 가락시영보다 월등 난걸 안다고 했습니

다.

일반분양분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입니

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가락시영은 해주고 둔촌주공 종 상향을 거부할 명분이 없을 테지만 워낙 제 맘대로

왔다 갔다 하는 통에 종을 잡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주변여건이야 가락시영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다 서울시의 가이드라인까지 착실하게

지켰으니 웬만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면서도 또 무슨 생트집을 잡을지 여

간 조심스럽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개포주공을 비롯해 뉴타운에, 한강변르네상스에

속한 반포에,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강남과 전임시장이 관심을 두는 일에는 무조건

쌍심지를 켜고 어깃장을 내는 것을 빤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아니면 결정을 했어도 벌써 했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좀 더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다 합쳐봐야 고작 열손가락을 꼽아도 남을 정도인, 집주인 그리고 두 셋이 될까 밀

까한 매수문의 얘깁니다.

집값이 더 떨어질까 무섭다는 집주인, 그리고 좋은 줄 뻔히 알면서도 선뜻 매수를 결

정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들 얘깁니다.




시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 집값은 더 떨어졌습니다.

강남권재건축과 뉴타운 한강변르네상스에 속한 해당주민들 뿐만 아니라 집 가진 백

의 아흔아홉은 끓는 분노를 쉽게 삭이지 못합니다.




성난 뉴타운 재건축 주민 3000여명이 서울광장에 모여 주민 총궐기대회를 열었습니

다. 한강변르네상스 계획에 속한 어느 단지는 재건축 안이 관철될 때까지 단식투쟁

을 벌이고 4.11 총선에서 서울시장이 속한 정당 낙선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는 말까

지 서슴지 않습니다.




서울시 주택정책시리즈를 보면 누가 봐도 반(反)강남 편파의혹을 피해갈수 없을 정

돕니다.

주민들의 요구는 하나같이 퇴자를 놓으면서 심지어는 서울시 구색에 맞춰진 요구사항

에도 아직 틀도 갖춰지지 않은 잣대를 들이대며 면박을 놓기가 일쑵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목을 매고 하는 모습에 재미가 단단히 들린 모양입니다.




해당주민들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개포주공에 소형주택 50%를 무조건 지으라고

으름장입니다.

소형이라도 매매가가 7억 원이 넘고 전세가는 4억 원이 최소한 웃돌 텐데 입주할 서

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는 지적에는 애써 딴청입니다.

소형평형만을 고집하다보면 외려 중대형 수급에 차질이 생겨 중대형 집값이 반사이익

을 얻을지 모른다는 지적이나 재건축 외는 강남권공급원이 없어 자칫 수급불균형을

초래해 집값 폭등이 올지 모른다는 소리에도 아예 귀를 틀어막습니다.

당장은 강남집값을 꽁꽁 얽어 매놔 속이 시원할지 모르지만 결국 시장불안만 증폭시

켜 종국에는 서민들만 더 힘들어진다는 따끔한 지적에도 막무가냅니다.




시민들 분노가 눈에 뵈지도 않나 본데, 잘못됐습니다.

시민을 볼모로 잡고 정치적 야욕을 달성할 속셈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잘못돼도 한참

을 잘못됐습니다. 주택시장 안정시키다고 거래를 묶고 집값 떨어지게 하는 정책, 무

조건 잘못됐습니다.




강남에, 강남권재건축 집 한 채 있으면 대단한 부자로 착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

다.

평생 벌어 집 한 채 달랑인 게 태반입니다. 그들에겐 집이 아니라 목숨 줄과 다름없

습니다.

대출안고 집샀다가 집값 떨어지면 바로 하우스푸어 되기가 십상입니다.

태고 적부터 하우스푸어가 따로 있고 집 없는 서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란 말씀입니

다.

집 없는 사람 위한다며 집값 떨어트리는 거, 결국 제 발등 찍기란 얘깁니다.

바보야, 문제는 집값이란 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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