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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다 왔습니다.

남녘의 꽃소식은 진즉에 전해졌고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이제 절기상으로도 어느 누구든 딴죽을 걸 염려가 없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하게 내려 언 땅을 녹였으니,

새싹이 굳은 땅을 뚫는데 애를 먹는 번거로움 따위도 사라졌습니다.

강원도 어디선가는 봄을 시샘하는 함박눈 때문에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는 거지만,

재고상품을 땡 처리하는 연중행사 정도로 여기면 염두에 둘 일도 아닙니다.

매화꽃 산수유 진달래 목련꽃,

오만 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잔치를 치를 일만 남았습니다.

연둣빛 희망찬 봄은 다 왔습니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곳입니다.

블루칩이라고도 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도 일컬었습니다.

투자하면 첫손가락에 꼽기를 주저하지 않던 곳입니다.

늘 시장을 선도하며 오를 때는 선두를 놓친 적이 없고 내릴 때도 맨 뒤에 서서 그저

시늉만 내다 말기를 당연하게 여기던 곳입니다.

남들은 집값이 떨어져 울상이던 때도, 시도 때도 없이 뛰어 오르는 통에 외려 표정관

리를 해야 할 정도이던 곳입니다.

참여정부시절 대못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던 곳입니

다.




그런 강남권재건축이 집값을 떨어트린다는 소립니다.

설마하니 그 정도까지일까 싶긴 하면서도 최근 일련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일면 수긍

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거래는 가뭄에 콩 날 정돕니다.

여느 때 같으면 바닥투자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급매물을 목표로 기웃거리기라도 할

텐데 호재가 눈에 보이는 극히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매수세의 발길이 야속하리만

치 뚝 끊겼습니다.




뻔질나게 내놓는 대책마저 백약이 무효일 정돕니다.

꼭 한 박자씩 늦는데다 후속 법안들은 번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기 일쑵니다. 생

색내기용 대책은 봇물처럼 쏟아지는데도 정작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보니 되레 불

신만 더욱 가중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강남권재건축이 이 지경이 된 건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집값이 떨어질 만큼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 싶게 다시 투자자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만큼 투자성이 뛰어난데다 대체할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급할 것도 없던 시장입니다.

추락하다가도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잠시 속을 태우기는 해도 결코 기대를 저버

리는 법이 없습니다.




새 서울시장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보통은 전임시장의 핵심 사업을 만일을 제쳐놓고 손사래부터 치지는 않습니다. 전임

시장이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먼저 시민들을 생각하고, 시민들을 위하는 명

분으로 조금 손을 봐서라도 끌고 가면 갔지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일은 그리 흔한 일

이 아닙니다.

더구나 엄연히 있는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본인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것은 유래를 찾

기 힘든 일입니다.

새 서울시장의 막무가내 식 행보에 그렇지 않아도 찬바람이 불던 재건축시장이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재건축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급기야 재건축이 집값하락을 이

끌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깁니다.




졸지에 우량재가 불량재로 전락한 셈입니다.

재건축에 가해진 독소를 제거해서 재건축을 원만하게 진행시켜 주택수급을 원활하게

해야 할 당사자가 되레 재건축을 막아 공급의 맥을 끊은 셈입니다.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재건축이 기피대상으로까지 거명될 정돕니다.

일부에선 아예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소리까지 마다하지 않습니다.

종상향이 됐거나 가능성이 높아진 가락시영과 둔촌주공까지도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

란 우려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서민을 위한다는 것 같은데 찬찬히 따져보면 도처가 허점투성입니다.

주택순환구조가 막혀 매매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시장까지 뒤집어 놓아 서민들 고통

은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서민을 위하기는커녕 서민들만 더욱 힘들어지기가 십상

입니다.




보다 못한 국토해양부 장관까지 거들고 나섰습니다.

“서민을 위해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함으로써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

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급하게 이상적으로 시행하려고 하면 시

장에 상당기간 충격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시장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주민반

발, 주택공급지연, 투자심리 위축 등이 우려된다, 사업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시장수

요, 주민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형 공급비율 등을 신중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지만 곰씹어 봐야할 것입니다.

시장수요와 주민의견 등에 귀 기울여 소형 공급비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

입니다. 오죽 답답하면 거들고 나왔을까 심중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 안되면 재건축은 미루면 그 뿐입니다.

지금까지 참아 오던 거 고깟 2년 반 늦어지는 게 무슨 대수냐는 얘깁니다.

반대가 심하면 심할수록 다음 시장은 어차피 또 뒤집을 테니 되레 더 이득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수급불안으로 춤추는 집값에 온 나라가 들썩일지도 모르죠.

강남권재건축으로 집값을 떨어트리게 하기 보다는, 강남권재건축을 집값의 불쏘시개

로 쓰는 편이 훨씬 현명한 일입니다.

해법은 오직 그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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