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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자면,

그동안은 바람일 뿐입니다.

설이 일러서 봄이 빨리 오려나하는,

사나운 추위가 주춤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속에만 꽁꽁 숨겨놓은 공연한 바람일 뿐입니다.

겨울과 봄 사이 어정쩡한 때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괜한 기대감을 불러내는 실체도 없는 반투명체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3월이 되기까지는,

남녘의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전에는,

그저 봄을 바라는 마음일 뿐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3월이 오고, 남녘의 매화꽃이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를 앞세우고,

연두색 희망을 가득 싣고서 봄은 왔습니다.





원래부터 시끌벅적한 동넵니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북적대던 곳입니다.

북적대면 댈수록 짭짤한 소리가 그치지 않던 곳입니다.

그래서 집값 잡는다는 감시의 눈길을 한시도 떼지 않던 곳입니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싶을 때는 얽인 실타래를 풀기위해 살살 바람을 불어 넣으면서

제일먼저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요즘같이 요란법석인 때는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돕니다.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짭짤하다거나 신나는 소리는 찾을 레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짭짤하거나 신나기는커녕 한숨소리와 볼멘소리가 지천입니다.

심지어는 욕지거리가 난무하고 눈에는 쌍심지를 켰습니다.

여차하면 몸싸움도 불사할 태셉니다.

과거 참여정부 때도 이와 비슷한 풍경이 없지 않았지만 그 때보다 더 험악했으면 했

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시장님, 요즘 밤잠은 잘 주무실까 걱정입니다.

워낙 하시고자 하는 일이 많은데 주무실 시간이라도 제대로 있을까 싶어서 하는 얘깁

니다.

하는 일마다 딴죽을 걸고 전임시장이 하는 일은 모두가 못마땅한데 마음 놓고 잠이

나 주무실까 염려가 되서 하는 말입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거야 당연한 일일 테지만 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어깃장을

놓는 게 어째 불안 불안해서 하는 소립니다.

행여 그럴 리야 없을 테지만 혹 법위에 권력 있다는 소리가 있을지 몰라서 말입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이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너무 급하게 서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도 쉽지 않은 판에 한꺼번에 다짜고짜 일을 벌였으니

실타래가 풀리기는커녕 되레 엉켜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엄연한 사유재산을 두고 정해진 법이나 조례대로 이행되는지 관리감독만 하면 될 것

을 감 놔라 대추 놔라 일일이 간섭을 하고 나섰으니 불만이 나오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돕니다.

그것 때문에 시장님이 싸고도는 서민들에게 되레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지금까지 경험을 놓고 보면 벼락치기 정책이나 억지 행정의 피해는 결국 없는 사람들

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게 다반사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대로 선방한다는 둔촌주공이었습니다.

종 상향에 대한 기대감에다 개포주공에 가해진 소형평형의무 강화조치를 비켜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강남권재건축시장이 꽝꽝 얼어붙었다는 암울한 소식이 줄을 있는 속에서도 하루를 거

르는 법도 없이 꾸준하게 거래가 이루어 졌습니다.

2월 들어 30건에 육박할 정도로 거래가 잇따르면서 서울시의 행정폭력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둔촌주공마저도 힘에 부치는 모양입니다.

다른 단지가 워낙 썰렁한 탓에 비교가 돼서 그렇지 사실은 근근이 목숨을 연명할 정

도였습니다. 팔린다고는 해도 저가매물이 팔리고 나면 다시 잠잠하고 그리고 다시 저

가매물이 나오길 기다리고 하다 보니 가격 또한 오르지 않고 늘 그 모양 그 타령입니

다.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돕니다. 그마저도 주춤해졌습니

다. 서울시의 갈지자 행보에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다소 나을 뿐이

지 분노가 극에 달한 개포주공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당연히, 둔촌주공도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무슨 권리로 시민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지 모르겠다는 원망의 소리가

하늘을 찌릅니다.

소형평형을 짓던 임대아파트를 짓던 법에 규정한 범위 내라면 서울시장이 아니라 나

라님도 막을 수 없다는 얘기가 핵심입니다.

법이라면 통달을 하신분이 법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칩니다.




정 막고 싶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먼저 법부터 고치라는 것입니다.

고치기 전은 기존 법대로, 고치고 나서는 고친 법대로, 그게 순리라는 얘깁니다.

괜한 억지 쓰지 말고, 법대로 하잔 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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