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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만남의 기쁨!

명절아침! 설날입니다.
모처럼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가족 친지와 더불어 차례 상 물리기가 무섭게 넙죽 넙죽 세배를 해오는 자식과 조카들 모습에서 또 한 살 주워 먹은 세월을 실감합니다.
곱디고운 봉투에 넣은 세배 돈, 손에 쥐어주며 덕담을 들려주니 배시시 웃음 짓는 모습들이 새해아침 햇살과도 같습니다.

문뜩 어린 조카 녀석이 묻더군요. “우리는 왜? 시골이 없지?”
그 말끝에 어릴 적 생각들이 음복주에 휘감겨 회상에 잠기게 합니다.

한때는 고향이 있어 고향을 찾아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이 무척 부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내게는 왜 고향이 없는지 철없을 때는 부모님께 시골가자고 생떼를 피운 적도 있었고, 선물 보따리 한 아름 안고 시골에 간다는 친구 녀석을 심술이 나서 때려 준적도 있었는가 하면, 명절만 되면 왠지 모를 슬픔 같은 것이 마음 한 구석에서 요동치는 것을 느낀 적도 있었답니다.

고향이 없는 사람들!
실향민과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또 각기 사정이 있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매 한가지로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아무튼 오늘은 드라마 같은 설날에 있었던 필연적인 만남에 대한 얘기를 써 볼까 합니다.

아침부터 어릴 적 생각에 잠겼던 필자는 오후 한때 주섬주섬 외출 준비를 하고 어릴 적 태어나서 성장했던 곳, 부모님 살아생전 고향이라 생각했던 서울 한 동네를 찾아 갔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간절했지만 30년 동안 잊고 지냈던 곳이 불현듯 보고 싶고 그리워 졌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를 먹었고 옛날을 회상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더군요.

추억의 끄나풀을 풀듯이 어릴 적 다녔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찾아 본 순간 뇌리에 간직했던 기억은 정말 추억으로만 간직할 정도로 들어서는 학교 정문은 변절한 모습으로 맞이하더군요.
엎어지고 자빠지며 뛰놀았던 운동장은 너무도 작아보였고 단층 건물로 다정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던 학교 건물은 5층 현대식 건물로 교체 되여 옛날의 모습은 잃고 말았으며 학교 주변을 에워싸던 나무숲은 온데간데없고 구멍 숭숭 뚫린 철망으로 동물원 우리를 쳐놨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40년 세월이 흘러 습니다.

학교에서 나와 기억을 더듬으며 살던 집을 찾아 가는 길은 재개발 열풍으로 본래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 아파트 건물은 아스라이 남아있는 동네의 기억조차 가물거리게 만들고 군데군데 철거 안 된 몇몇 가옥들 담벼락엔 빨간 페인트도 선명하게 “철거”라는 낙서 모양의 문구가 흉물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살던 곳, 내가 살고 내 형제들이 유년 시절을 보내며 꿈을 키우고 자랐던 곳은 작은 공원으로 변해 옛날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음에 순간적으로 울컥 치밀어 오르는 애잔한 슬픔에 잠시 목이 멨습니다.
변했습니다. 모든 게 변했고 지금 이곳에 사는 사람마저 변한 듯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함께 어울리며 뒹굴던 어릴 적 내 친구, 내동무들 지금 다 어디서 무얼 하며 어떻게 사는지 너무도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공원을 휘적휘적 한 바퀴 돌며 옛날 기억을 곰곰 되씹으며 주변을 둘러보다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옛날의 교회 종탑은 그나마 큰 위안이 되어 내 발길을 이끌었습니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함께 했던 교회 건물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또 그 교회를 통해서 신앙의 기초를 만들었던 옛날의 추억들이 새삼 새록새록 살아나 반갑기만 했습니다.

단숨에 달려가 맞이한 교회 역시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었고 변모한 교회 건물과 새로운 교회명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옛날 기억을 되살리려고 두런두런 교회 주변을 살펴보며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는 기쁨을 맛보다가 문뜩 교회 예배 안내를 알리는 게시판을 쳐다보는 순간 온몸에 스치는 전율을 느끼며 흥분하게 되었습니다.

담임목사 OOO!
시야를 파고드는 성명 석자는 분명 둘도 없는 내 절친한 동무며 친구였던 성명 이였습니다.
동명이인일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교회 사무실 문을 열고 기웃거리다 만난 유치원 교사에게 담임목사에 대한 신상을 묻자 교사는 유치원 아동과 함께 찍은 담임목사의 사진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필자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필자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올리고 말았습니다.

유년과 청소년, 청년시절을 함께했던 40년 친구!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20년 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던 그 친구가 지금 여기 이곳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반가움과 기쁨이 마구 내 심장을 두드려 마치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헤어진 지 20년! 교육대학을 나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 받아 지금은 어느 곳에서 교감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이 되었으리라 생각했던 그 친구가 함께 생활하며 신앙을 키웠던 이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되여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교회를 빠져나와 물 한 컵 마시며 주르륵 한줄 쏟아지는 기쁨의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필자는 이런 일이 우연이라는 말보다 필연이란 말로 대신하겠지만 아마도 친구는 분명 성령의 인도하심이라 할 것입니다.
모든 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곳! 그리고 무심코 지나 칠 수 있는 곳에서 필자는 필연적인 친구를 찾았고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집회를 끝낸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신자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친구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목사님”하고 말하는 순간 서로 바라보는 눈동자엔 놀람과 기쁨, 그리고 반가움이 겹쳐지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둥켜 앉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부르는 친구 이름은 어릴 적 주고받던 바로 그 정겹고 다정했던 목소리였습니다.

오늘의 현장소식!
설날아침 덕담을 나누듯 필자의 개인사 일들을 넋두리처럼 늘어 놨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필자와 같은 필연적인 만남이 있기를 기원도 해봅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내게도 벌어 질수 있다는 긍정적 희망이 기쁨과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고 싶습니다.

떡국 한 그릇에 담긴 또 한 살의 세월이 시작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모든 분들이 기쁨을 채울 수 있는 일들의 연속 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금주의 현장 소식은 필자의 필연적인 만남으로 채워봤습니다.

이제 새해! 설날아침 필자는 여러분께 큰 절로 세배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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