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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7] 올 한해 책 구매성향으로 본 지역별 문화 특성

<일산> 종교 관심

<목동> 여성 주도

<대치> 정치ㆍ건강

<분당> 실용ㆍ도전

<중계> 교육 올인

‘시크릿’ ‘이기는 습관’등은 전지역서 고른 사랑받아 베스트셀러 위상 과시

‘건강 대치’, ‘실용 분당’, ‘영성(靈性) 일산’?


‘한국의 부촌’ 중 하나로 꼽히는 대치동 사람들은 어떤 책을 주로 읽을까. ‘강남 엄마, 분당 딸’처럼 부의 대물림이 시작되는 분당에선 올 한 해 어떤 책을 골라봤을까. 이들이 한 해 동안 산 책을 보면 지역적 문화지형도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다. 대치동, 분당, 목동, 일산, 중계동 등 우리 사회 문화적 특성이 도드라지는 다섯 곳을 선정(교보문고 제공)해 책 구매를 통한 문화 차이를 살핀 결과, 대치동은 정치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목동은 여성 주도적 경향이 뚜렷했다. 일산은 지적, 영성에의 관심이, 분당은 실용적 경향을 보였다.


단, 전국적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들은 지역적 차이를 넘어섰다. 올해 최대 화제작으로 꼽힌 ‘시크릿’은 모든 지역에서 1위를, 삼성전자 마케팅 팀장 출신 전옥표 씨가 쓴 ‘이기는 습관’은 중계동을 뺀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 2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김훈의 ‘남한산성’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도 전 지역에서 사랑을 받았다.

지역적 차이는 전국적 베스트셀러를 뺀 나머지 책에서 드러난다.

일산은 다른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종교 관련책이 두 권 올랐다. 크리스천 CEO들의 얘기인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가 3위에, ‘내려놓음’(이용규 저)이 15위에 올랐다. 고 김영실 안양대 총장의 자전 에세이 ‘민들레 홀씨 하나 큰 숲을 이루다’가 8위에 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남다른 종교성이 엿보인다.

목동은 여성독자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7위에 오른 ‘힐러리의 삶’은 여성파워의 표상인 힐러리를 닮고자 하는 여성독자, 딸을 가진 엄마들의 주도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런 책 구매형태는 ‘사랑에 관한 101가지 정의’(8위), 용혜원 시인의 시집 ‘내 사랑을 찾아가는 길’(14)에서도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대치동 사람들의 책 구매행태는 그들만의 문화적 특징을 보여주는 또 다른 가늠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인 전영기 씨가 쓴 ‘2007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가 3위에, ‘문국현 솔루션’이 8위에 각각 올라 타 지역과 다른 높은 정치 관심도를 반영했다. 장생보법으로서의 걷기열풍을 반영한 ‘걸음아 날 살려라’(4위)의 인기도 대치동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분당은 일산과 대치동의 속성을 나눠 가지면서 책 선택이 훨씬 젊고 적극적이다. 조기유학 열풍의 진원지답게 ‘해커스뉴토익’이 8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가 5위를 기록했다.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10위), 자기계발서 ‘1250C 최고의 나를 만나라’(15위) 등의 선택은 대치동과 유사하나 보다 도전적이다.

최근 높은 특목고 입학률을 자랑하며 각광받는 신흥 교육동네 중계동은 타 지역과 비교해 이질적 요소가 많다. ‘인도가 온다’(3위), 소설 ‘박정희 다시 태어나다’ (3위), 수주 변영로의 ‘명정40년’(10위)이 10위권에 올라올 출판계 흐름과도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는 학교 참고도서 혹은 학원교재로서의 구매일 가능성이 높다. 20위권에 오른 소설 ‘이솝우화’(17위), 범우문고판 ‘수필’(20위), ‘초등공부 독서가 전부다’(19위) 등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경제경영서도 동네마다 골라보는 게 다르다.


일산은 20위권 안에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가 유일하게 오른 동네다. 목동은 ‘배려’‘멘토’가 각각 12, 13위를 기록, 같은 경제경영서라도 실용적인 것보다 정신적 측면을 강조한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반면 대치동, 분당은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21위) 등 실용서가 사랑을 받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