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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버블 경고, 정부 생각대로 될까? [조인스]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부동산 버블(거품)'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한 술 더 떠 강남 등지의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시세의 60~80% 수준인 공시가격을 시세의 10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올려 가격 상승세를 차단하겠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가격이 버블 수준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조차 논란이 분분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앞장서서 버블로 규정한 것은 '구두개입'을 통해 집값을 잡아보겠다는 의도된 시나리오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세의 100%로 공시가격 조정 추진=건교부 관계자는 "주요 지역의 집값 움직임과 그 배경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특별한 요인 없이 가격 상승세가 지나칠 경우 해당 지역에 대해선 공시가격을 시세의 10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시가격의 시세화가 시행될 경우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 등 특정지역의 중대형 아파트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추병직 장관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높은 재산을 소유한다면 그 만큼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조세정의"라며 "공시가격 시세화 대상은 전국이 아니고 일정지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별 공시가격 차이에 따른 세금 부과의 형평성, 공시가격 시세 현실화 지역을 정하는 기준 설정 등 실제 시행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정부, 연이어 '부동산 버블' 경고=청와대와 추병직 장관에 이어 17일엔 재경부 관료들이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고 나섰다. 재경부 김석동 차관보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시장이 버블에 근접해 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8.31과 3.30 대책에서 마련된 여러 장치가 하반기부터 가동되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가볍게 평가해서는 않된다"고 강조했다.

재경부 김용민 세제실장도 MBC라디오에서 "최근 강남 재건축아파트 호가가 2000만~3000만원씩 내려가는 등 안정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부동산 대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면 부동산 가격은 10.29 대책 이전 수준, 즉 지금보다 20~30% 가량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처럼 '구두개입'을 통한 부동산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 내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전력투구하면서 무수히 많은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왔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잇단 거품론은 수요자들의 심리적 요인을 자극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보다 빠르게 안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버블에 대한 논란은 여전=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3년 9월 이후 서울 강남과 경기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올랐을 뿐 나머지 지역의 상승률은 미미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버블론에 동조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많다. 버블이 터질 수 있는 지역은 청와대가 정의한 '버블 세븐'(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개구와 목동.분당.용인.평촌 등 7개 지역)인데 이들 지역은 수요가 많아 앞으로 상승률이 낮아질지라도 가격이 급락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박사는 "8.31 정책 이후 지방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반면 서울과 수도권 요충지는 되레 가격이 올랐다"며 "보다 강한 규제 정책은 이 같은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일본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것은 급격한 버블 붕괴는 경제 전반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며 "버블이 있다면 서서히 터뜨려야 하는데 우리는 정부가 앞장서서 당장 버블을 터뜨려버리겠다고 공언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 금리완화 정책을 쓰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맞서 일본은행은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부동산 관련 융자를 대폭 줄이면서 부동산 가격 거품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일본은 90년 이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며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해야 했다.

김종윤.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