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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소설은 다음아고라에 <김광수경제연구소>연구소에
별싸라기님의 연재되어 있는 글입니다.


소설 [집] 제4회 리모델링의 함정

나는 1980년에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공급면적 33평 전용면적 26평 공용면적 10평의 아파트였다.
6천만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이제 6억짜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할 연한이 되었다.
주민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설왕설래뒤에 10평을 덧붙이는 리모델링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10평이면 방2개를 덧붙여 방5개 짜리 대형아파트가 되리라 기대하고 설계를 맡겼으나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복도면적이 나와야 하기에 방이 1개밖에 더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건축비를 물어보니 평당 300만원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건축비는 3000만원. 중형아파트가 9억정도 하는 지역이라 모두들 찬성하고 시공사를 결정하기 위해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투표를 하였다.

조합장을 뽑고 시공사를 정하기 위해 물색하던 중 조합장이 과도기적으로 우선협상시공사를 정하자고 제안하였다.
리모델링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우리 주민들은 그러자고 하였다.
우리 아파트는 530세대의 중형단지이다.

그런데 우선협상시공사에서 건축비를 통보하는데 건축비가 자그만치 1억 3천800만원이라고 하지 않는가?

깜짝 놀란 우리가 문의를 하였더니 건축비는 증축면적 기준이 아니라 전용면적 더하기 공유면적 곱하기 300이 된다고 하였다.

즉 우리아파트의 증축비용은 46평 곱하기 300만원이 되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주변의 2억이 넘는 동급 아파트의 전세가를 고려할 때 3억 5천만원은 손에 쥐어야 리모델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하였다.
우선협상 시공사에서는 전세비 2억2천만원 정도를 대출해 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율은 자그마치 12%.

매달 220만원을 더 낼 수 없는 가정들은 맹렬히 반대하였다.
거기에다가 리모델링 기간은 길게 끌면 5년에서 7년까지도 걸린다고 한다.
반대하던 주민들은 과반수 투표에서 밀리자 집을 팔고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부동산에 알아 본 결과 리모델링이 결정 난 아파트는 아무도 사려하지 않는다고 하질 않는가?
우선협상시공사는 조합원의 결의에 의해 결국 시공사로 낙점되었다.
시공사는 주택법 제18조 2항이 정하는 바에 의해 반대하는 가구에 대해 매도청구권을 가지게 되었고 수입이 많지 않은 주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시가의 50%에 집을 팔고 서울 변두리 지역으로 떠나갔다.

그러나 남은 주민들도 이 리모델링에는 함정이 있는 줄을 몰랐으니 바로 분담금증가라는 항목이 법으로 허용된다는 것이었다.
조합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대표들도 건설사로부터 돈을 먹었고 부녀회도 돈을 먹었으며 리모델링 기간중에 조합의 직원들도 월급을 두둑히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하지 않고 분담금증가라는 명목으로 입주민들에게 청구한 것이었다.

결국 여유자금이 넉넉지 않은 세대들은 증가한 분담금을 못 내어 채무를 지게 되었고 건설사는 채무불이행에 대항하여 아파트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집을 경매에 붙이고 말았다.

그 결과 가난한 세대들은 모두 새로 증축된 아파트에 살지 못하고 서울변두리로 밀려나갔다.

이 모든 소동이 끝난 뒤에 우리 주민들이 알게 된 것은 건설사가 미리 리모델링할 아파트를 한 채 사서 들어가 동대표들과 부녀회 대표들에게 돈을 먹이고 조합설립을 주도하고 우선협상시공사 결정을 주도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그 건설사는 이 공사로 이득을 챙기면서 가난한 세대들을 밀어내고 부유한 세대들을 이 강남의 노른자위 땅으로 이사시켰던 것이다.

우리는 부유한 이웃을 새로 가지게 되었으나 가난했지만 다정하게 지냈던 옛 이웃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활한 자들의 책략에 넘어가 재산가치 증가만을 위해 선량한 이웃들에게 상처를 준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숲이라는 말이 있다.
극상림속에는 높은 교목들밑에 그늘에서 자라는 키작은 약초들이 향기를 뿜으며 아름다운 이파리들을 키우지 않는가?

모노컬쳐한 플란테이션에서처럼 부자들만이 모여 사는 모습이 과연 아름다울 것인가
나는 비워놓고 있는 방 하나가 늘어난 아파트에서 밤이 깊으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