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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국가 브랜드..

세계는 지금 ‘높이’ 경쟁중


2009-01-29 17:51:39


서울 송파구 잠실에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건립된다고 합니다. 웬만한 규제완화 소식에도 꿈쩍 않던 잠실지역 집값이 이 소식에 크게 요동치고 있네요. 현지 부동산시장에선 잠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매머드급 호재라는 반응입니다.

지하 4층 지상 112층으로 계획된 이 초고층 빌딩의 전체면적은 29만8300㎡나 됩니다. 완공 후 이곳엔 하루 2만3000명 정도가 상시 근무하게 됩니다. 유동인구까지 더 하면 5만명이 이 건물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통상 행정구역 단위로 인구 5만명 이상의 도시를 ‘시’로 분류합니다. 우리나라 건축 역사를 바꿀 ‘제2롯데월드시(市)’가 탄생하는 셈이지요.

그래선지 정부와 서울시의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방침 발표를 계기로 초고층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로 경제성은 별로 없다고 합니다. 건축물의 가장 효율적인 높이는 30∼40층 정도라네요.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최첨단 공법은 물론 특수 자재 등을 써야 하므로 공사비가 2∼3배 이상 더 들어간다고 합니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공간 효율성도 떨어집니다. 초고층 빌딩 자체를 지어 파는 것만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거죠. 그런데도 굳이 초고층 빌딩을 건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니 전 세계적으로 ‘더 높이’를 외치며 초고층 경쟁에 나서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천문학적 유·무형 경제 가치

우선 초고층 빌딩이 가져다줄 유·무형의 가치 때문입니다. 건물이 가져다주는 ‘상징 자본’이 어마어마하다는 겁니다.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서울을 대표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이 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타워’(108층·443m)와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02층·381m),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88층·452m), 대만 타이베이의 ‘101빌딩’(101층·509m) 등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들은 각 도시의 ‘홍보 아이콘’이 됐습니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빌딩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로 소개되죠. 관광객들은 이곳에 한 번씩은 들러서 기념품도 사고 쇼핑도 합니다. 도시 이미지 상승효과에 따라 국내외 관광객이 대거 몰려옵니다. 초고층 빌딩 주변 집값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가 건립되면 잠실지역 관광객이 20∼30%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건설 과정에서 수만 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직간접적으로 수십만 명의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거예요. 기존 토목사업과는 또 다른 차원의 ‘대형 뉴딜’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초고층 빌딩은 해당 지역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초고층 빌딩이 브랜드가 돼 전 세계에 인지도를 높이는 일을 합니다. 최첨단 미래도시라는 브랜드 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이 역시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겁니다.

■세계는 지금 ‘높이’ 전쟁 중

이런 이유로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은 치열한 초고층 빌딩 건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금 더 높이 짓기 위한 경쟁에 현기증이 날 정도예요. 높이 올라갈수록 상징성이 커져 자본을 끌어들이는 힘도 강해지니까요. 세계 최고 빌딩의 가치는 2위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날겁니다. 따라서 초고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가들은 빌딩의 대략적인 높이만 제시할 뿐 설계상의 최종 높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준공된 빌딩 중 최고 기록은 509m 높이의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이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기록은 이미 깨졌어요. 아직 준공 전이지만 삼성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짓는 ‘버즈 두바이’가 최고 높이입니다. 올해 초 790m를 돌파해 인간이 만든 최고 높이 건축물에 이미 등극했어요. 이 건물은 완공되면 160층에 높이 800m 이상의 세계 최고 건축물로 기록될 것입니다. 두바이 정부는 이 건물의 높이를 800m 이상이라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높이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높이 경쟁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언제 이 기록이 깨질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최근 두바이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에서 1000m 이상의 ‘극초고층’ 건축물 건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건설계획의 하나로 남서부 항구도시 제다에 1600m 높이의 빌딩 건설계획을 공개했고 두바이 국영 부동산회사인 나킬은 1200m 높이의 ‘알 버즈 타워’ 프로젝트를 내놓았지요. 쿠웨이트도 ‘버즈 무바락 알 카비어’란 이름의 초고층 빌딩을 1001m 높이로 건립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 중인 ‘타워 오브 러시아’(125층·649m) 프로젝트나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609m 높이로 다시 건립하는 계획, 중국 상하이와 홍콩 등에서 추진 중인 500m 이상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들이 주목받고 있어요. 이들 빌딩의 최종 높이 역시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각 국가에서 다른 나라의 초고층 빌딩 동향을 주시하면서 자국의 초고층 빌딩 건립 계획을 계속 수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높이 경쟁에 뛰어든 국가 간에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건축물 높이 2050년엔 4000m도 가능

그렇다면 인간은 어느 정도 높이의 빌딩까지 지을 수 있을까요. 신조차 두려워했다는 ‘바벨탑’을 떠올려 볼까요. 바벨탑은 보통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높이의 건축물을 뜻합니다. 인류 최초의 초고층 건축물인 셈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바벨탑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높진 않은 것 같습니다. 역사가들 사이에 바벨탑의 높이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는데 210m 정도란 분석이 많네요. 90m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고요. 성경에는 바벨탑을 벽돌로 하늘 높이 쌓아 올렸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돌의 무게를 지탱하려면 벽이 엄청나게 두꺼워야 할 겁니다. 당시 건축 재료로는 그 정도 높이가 한계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혁신적인 공법과 신소재 개발 덕분에 4000m 높이의 건축물이 생겨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초극강, 초극내력을 지닌 초경량 불연자재의 개발은 물론 각종 내부 운영시스템이 혁신적으로 개발돼 인간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높이까지도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건축학계에서는 2015년엔 1000m, 2025년엔 2000m, 2050년에는 4000m 높이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래학자 중에는 미래도시는 수평으로 확장되는 기존의 평면도시에서 다양한 극초고층 건축물이 늘어서 있는 ‘수직 입체도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구 1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형 수직 구조물이 연결된 ‘수직도시’로 도시의 모습이 완전히 변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공상과학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건물 내외부에 간선도로가 구축되고 수직으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이 정말로 필요해질 겁니다.

이런 전망은 현재 65억명 수준인 지구 전체 인구가 앞으로 의학과 사회복지 정책의 발전으로 더욱 늘어나고 친환경적 미래도시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더욱 타당성을 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인구 증가로 더 많은 거주공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극초고층 빌딩은 수평적 도시개발보다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수평으로 인간의 거주공간을 확산하는 것보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환경파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껏해야 100년 정도 사용이 가능한 기존 빌딩보다 극초고층 빌딩의 수명은 3배 이상 길도록 설계된다고 합니다. 건물 내부 역시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끊임없이 진화할 전망입니다. 초고층 빌딩이 미래도시를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