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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는 서민만 죽일 뿐 오히려 강남을 보호하는 정책이다. 부동산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모두 강남에 사는 모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의 얘기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딴판이다. 무주택자들은 9월 들어 청약가점제와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됨에 따라 드디어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이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부동산세 실시와 반값 아파트 공급 등으로 집값이 떨어질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가 강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이라니 무슨 말인가.

이유는 간단했다. 강남을 대체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란다. 강남만큼 살기 편한 곳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2~3년 후엔 강남 집값이 폭등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송파와 광교신도시가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췄지만 전체 공급물량의 50% 이상을 임대아파트로 공급한다는 방침 때문에 강남 대체는 물거품이 됐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무주택자와 서민만 죽인다는 논리에 어느 정도 동조한다. 초강경 정책을 모두 내놓았지만 강남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상승했고, 더 큰 집으로 늘려가려는 사람들에게 고통만을 안겨주고 있지 않는가. 분양 가격 규제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 정책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은 고급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남 대체 단지로 송파와 광교가 물 건너갔으니 도심 재개발을 통해서라도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이때 분양가를 규제하면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주택을 지을 수 없다.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서민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다.

지방 부동산경기는 최악이다. 초과공급 때문에 가격 하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방 소재 주택에 한해서 1가구 2주택과 거래세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러시아의 다차(별장)정책처럼 도시인이 지방 소재 주택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가격 하락을 막자는 제안이다.

시기가 문제지 어느 시점에서 부동산 규제 정책은 완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시중금리 상승과 거래 위축으로 지방 위주로 큰 폭의 집값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죽으면 경제 또한 위축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규제 완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규제가 완화되면 집값은 다시 오르게 마련이고, 강남 집값은 다른 지역보다 더 뛸 게 분명하다.

부동산투자에서 최후 승자는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이다. 적절한 주택공급으로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가 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규제는 서민을 죽일 뿐이다.



[이제경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1호(07.09.05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