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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벽해’…최첨단 신화 탄생 ‘내 이름은 상암’

‘아름다운 자기 이름을 가진 서울 변두리, 썩은 물 웅덩이에도 희망의 손발을 씻어내는 곳. 쓰레기더미 위에 누워 하늘을 우러르고, 파리떼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곳.’(이성부 作 ‘난지도’, 1979)

1993년 마침내 ‘난지도’에 쓰레기더미의 유입이 중단됐다. 김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새로 생겼기 때문. 하지만 이곳은 쓰레기마저 출입이 불허된 채 쓰레기 매립지역으로 한동안 남았다. 상암동이란 이름은 불려지지도 않는, 그저 ‘난지도’일 뿐이었다.

그리고 15년. 난지도는 추억이 됐다. 이곳은 더 이상 서울의 변두리가 아닐 뿐더러 손발을 씻어낼 썩은 물 웅덩이도, 하늘을 올려보기 위해 누울 쓰레기더미도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사랑을 속삭이는 청춘 남녀의 주위를 맴도는 파리떼도 이젠 없다.

대신 3.3㎡당 2500만원을 호가하는 강북권 최고의 주거공간, 서울과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잉태하는 첨단산업단지, 한강 르네상스와 더불어 조성된 최상의 도심 내 휴식ㆍ레저공간이 ‘상암동’이란 이름으로 브랜드화되고 있다. 몇 년 후면 상암동은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주거와 산업, 레저가 공존하는 계획형 신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상암동 주민들은 자랑스레 말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기 이름은 상암동, 난지도는 이제 없다.



▶첨단도시의 탄생,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

21세기의 초입, 서울시는 디지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산업 등 미래 유망 업종을 한데 모은 세계적 정보미디어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리고 논과 밭이 대부분이었던 상암동 1580 일대 169만㎡의 택지개발지구가 지정됐다. 2년 후인 2002년 마침내 총 57만㎡의 규모, 사업기간 12년, 총 사업비만 6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상암DMC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DMC 내 18개동의 최첨단 건물 ‘첨단산업센터’에 145개 기업 1만2000여명이 입주한 상태다. 최근 찾아간 센터 내 비어 있는 사무실에는 곧 주인을 맞이하기 위한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하반기 입주를 계획하고 있는 곳만 60여개. 2년 전 디지털매직스페이스를 제외하고 허허벌판이었던 것에 비하자면 한마디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다양한 규모와 디지털콘텐츠, 미디어, IT 등 수많은 유형의 첨단산업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경제적 요인까지 더해져 입주 기업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 결과 2007년 말 53%였던 입주율은 올 3월 66%로 증가했고, 현재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 DMC용지 48곳 중 33곳은 이미 공급이 완료됐고, 초고층 건물부지(2필지) 등 업무단지와 상업시설, 외국인학교 등이 공급 대상자를 선정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경우 동일한 조건이라면 임대료 등 저렴한 가격에 입주를 할 수 있고, 연관 업종 간 시너지 효과 창출 면에서 입주 희망 업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첨단도시 탄생의 마지막 방점은 ‘상암DMC 랜드마크타워(가칭)’에 의해 찍힐 예정이다. 그림 속의 용이 눈동자를 얻어 하늘을 날 듯, 랜드마크타워의 완공은 곧 상암동의 디지털미디어시티 완성을 의미하게 된다. ‘새 천년을 향한 빛’이라는 주제, 지하 9층과 지상 133층으로 여의도 63빌딩의 19배 규모, 서울 내의 유일한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빌딩보다 높은 국내ㆍ아시아 최고층의 높이 등 랜드마크타워는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랜드마크 타워는 내년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 경제적 부가가치 8조5000억원과 생산유발 효과 15조원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열어가게 된다.

▶한강 르네상스, 친환경 휴식ㆍ레저공간

난지도는 사실상 상암동의 일부였다. 다만 상암동보다 유명(?)할 뿐이었다. 2002년 난지도가 속한 상암동이 아닌 진정한 상암동으로 태어난 것은 난지도가 땅에 묻히고부터였다. 땅 위로 푸른 숲이 생기고, 꽃이 피고, 한강을 타고 떠내려온 풀씨 하나가, 바람에 실려온 꽃씨 하나가 파랗게 싹을 틔운 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현재 상암동 난지도에는 5개의 대형 공원이 있다.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 하늘ㆍ노을ㆍ난지천 공원과 조금은 동떨어져 있는 난지 한강공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하늘공원의 이용자만 하루 5000여명, 연간 185만명에 달한다. 그리고 월드컵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월드컵공원에는 평일 낮에도 휴식을 즐기러 온 주민들, 풋살경기장을 이용하는 스포츠 동호인들로 생기가 넘쳐나고 있다. 한강을 접한 입지에 서울 도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공의 자연공원까지 상암은 ‘공원과 레포츠’, 휴식과 레저의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더해 한강 르네상스 시대 개막에 상암이 한몫을 할 태세다. 서울시는 최근 “내년 말까 지 마포구 상암동 난지 한강공원 77만㎡를 친환경 문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다음달 난지 한강공원에서 첫 삽을 뜰 예정이다. 난지 한강공원이 새롭게 탄생할 경우 이곳은 수상 스포츠 시설과 생태학습장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강 요트 시대 개막을 맞아 요트 계류장과 유람선 선착장이 공원의 동쪽 부분에 마련되고, 한강물을 이용한 물놀이장에 바다의 기분을 낼 수 있는 백사장까지 조성된다.

습지와 버드나무 숲을 활용한 체험학습장에는 야생동물을 위한 생활공간이, 주변으로는 캠핑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난지 한강공원과 상암의 여타 공원까지의 보행로를 설치, 상암과 한강의 연계성을 높일 방침이다. 노을공원과 평화공원으로 잇는 연결 브리지를 설치, 상암동에서 한강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접근로가 없어 상암에서 한강을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며 “난지 한강공원이 사실상 같은 지역의 편의시설로 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주거단지, 현재보단 미래

현재 상암동 일대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3.3㎡당 2200만원 선. 가장 높은 시세를 보이고 있는 상암월드컵파크4단지 132㎡형의 경우 12억원으로 3.3㎡당 가격이 3000만원에 가깝다. 2006년 입주 후 2007년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며 8억원까지 올랐던 가격 흐름으로 볼 때 현재는 주춤한 상황. 하지만 2억6000여만원(109㎡형), 5억2500여만원(132㎡형)에 불과했던 분양가를 생각해보면 몇 년 사이에 3~4배까지 가격이 오른 셈이다. 상암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 탓에 주춤하고 있지만, 얼마든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곳은 상암DMC 조성사업과 인근 공원 및 레포츠 시설 확충 사업은 물론 유일하게 흠으로 지적되고 있는 교통 개선 움직임이 활기차다. 경의선 복선전철이 가까운 수색역을 지나게 되고, 2010년이면 인천국제공항과 연결되는 신공항철도가 들어선다. 또한 상암지구를 순환할 경전철이 2017년께 완공, 경의선과 신공항철도와 환승이 가능하게 돼 기존의 지하철 6호선과 함께 쿼드러플(4) 역세권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서해안과 연결되는 경인운하 착공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상암동 주민들에게 최고의 주거공간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투자개념보다는 실거주 환경이다. DMC 조성에 따른 산업센터와 국제업무지구, 외국인학교 유치 효과, 공원으로 대표되는 휴식ㆍ레저공간과의 인접성, 인근에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 등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상암동 월드컵파크3단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강남을 빼면 강북권에서 은평과 상암을 비교하는데, 도심과의 근접성 등 종합적으로 볼 때 감히 비교할 수 없다”고 자부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