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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집값 안정? '배짱 매물' 부르는게 값
아시아경제 | 기사입력 2008.07.18 10:07 | 최종수정 2008.07.18 11:40




#1) 지하철 5호선 군자역과 아차산역 북쪽 광진구 중곡동 용마초등학교 부근. 공인중개업소에 투자자가 들어서지만 왠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대 여러곳을 뒤져도 매물을 찾기도 힘들다. 한참 발품을 팔았지만 고작해야 중복되는 매물 2∼3개가 전부다. 다가구·다세대(빌라) 밀집 지역인 이곳의 3.3㎡당 대지지분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뉴타운 예정지역도, 그렇다고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2) 4년전 재개발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아직 구역지정을 받지 못한 은평구 갈현1구역. 연신내역과 구파발역 박석고개 언덕배기 왼편에 자리잡은 이곳은 교통이 불편한 가파른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대지 지분 가격만큼은 서울시내 왠만한 곳에 뒤지지 않는다. 다른 재개발예정지구와 달리 아직 원주민 거주율이 높아 양도소득세 부담이 없기 때문에 매물이 조금 있는 편이다.
　
#3) 4차 뉴타운 지정을 기대하고 있는 강서구 화곡역과 까치산역 북쪽 일대 화곡본동과 2, 4, 8동. 이 일대 전체 주택의 70∼80%가 대지 지분 33㎡이하의 빌라다.

이 빌라 한 채를 사려면 2억원은 줘야하지만 이마저도 매물은 씨가 말랐다. 1년 반 사이 빌라값은 1억원 이상 올랐지만 아직도 찾는 이가 많다.
　



뉴타운이나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지 않은 서울 시내 다가구·빌라 밀집지역에 매물이 자취를 감춘 것은 이미 오래 전. 두 세 차례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그나마 '배짱 매물'들만이 중개업소 거래장부에 이름을 올렸다.

살테면 사고 말테면 말라는 식의 배짱 매물들은 실수요자나 투자자를 붙잡지도 않고, 가격흥정도 원하지 않는다. 과거 서민층의 주거지로 각광받던 다가구·빌라 밀집지역은 이제 서민들이 손댈 수 없는 가격대에서 서울시와 구청의 처분(?)만을 기다릴 뿐이다.

대지 지분 130㎡ 내외의 중곡동 다가구 지분가격은 3.3㎡당 1300만∼1500만원 안팎이지만 시세만 있을 뿐 물건이 없다. 3.3㎡당 2000만원짜리 매물이 몇개 나와 있기는 하지만 전세 보증금이 2억원도 못되는 집을 6억원이 넘는 가격에 사려는 사람도 드물다.

그나마도 투자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대지 지분 33㎡ 이내의 빌라는 3.3㎡당 2500만원에 육박해도 팔려는 사람이 없다.
　
갈현 1구역의 노후 주택도 3.3㎡당 2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화곡동에서는 방3칸짜리 반지하 빌라가격이 1억5000만원을 넘긴지 반년이 넘었다. 지난해 초 3.3㎡당 1200∼1300만원이던 지상층 빌라도 올 들어 가뿐하게 2000만원을 넘겼다.
　
이들 지역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한결같이 "손바뀜이 일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귀뜸한다.

최근 2∼3년 사이 '원소유자(원주민)- > 투자자(실수요자)- > 투자자'순으로 두 세 차례 매매가 이뤄진 주택이 그들이 말하는 '손을 탄 물건'이다.

땅값이 폭등하기 전에 한동네에서 10∼20개만 이런 식으로 거래돼 소문이나면 그 일대 가격은 크게 오르고 나왔던 매물마저 거둬들여져 매매가 실종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투자자 손에 넘어간 빌라는 급히 처분해야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어떤 경우는 큰 폭의 '다운계약서'를 요구하기 때문에 매매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다가구·빌라 전문 투자자인 김모씨는 "요즘 뉴타운·재개발지역의 지분값이 하락하고 거래도 실종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근 1∼2년새 뉴타운, 재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지분가격이 두 배이상 올랐기 때문에 조정기를 거치고 있지만 향후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매물은 나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쩌다 나온 매물도 호가가 높으니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김씨는 귀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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