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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세븐지역 집값 여기가 바닥?
매일경제 2008-04-03 08:01:00


성남시 분당에 있는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거의 성사될 뻔한 계약을 놓쳤다. 한 달 넘게 전세 말고는 매매를 성사시키지 못한 터에 좀 싸게 나온 아파트를 놓고 부지런히 작업을 해 호가와 매수 희망가를 근접시켰다. 그러나 집주인에게 1500만원만 더 내리라고 하자 아예 물건을 회수해 버렸다.

중개업소 대표는 "어차피 급한 것도 없고 더 나올 악재도 없는데 그렇게 싸게는 못 파니 제값에 팔릴 때나 연락하라고 집주인이 말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 성남 분당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06년 11월 정점을 기록한 이후 약세로 돌아서 16개월 연속 하락 내지는 보합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로 잠시 오름세가 나타났지만 곧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최근 버블세븐 현장에서는 이제 바닥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들은 하나씩 팔려 대부분 소화됐고 새로 나온 신규 매물들은 이전 시세로 나오고 있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 원인이었던 대출 규제나 양도세 강화 등 정책들이 총선 이후 어떤 식으로든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최근 강남에서는 한강쪽과 가까운 아파트를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잠원동 한신아파트 115~119㎡는 연초까지 호가가 9억원대였지만 최근에는 1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말 12억원대까지 내려간 압구정 현대아파트 115㎡는 호가가 지금은 15억원으로 과거 상승기 수준을 넘기도 한다. 분당 서현동 일대 109㎡ 매도호가는 6억8000만원까지 나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다.

서울 도곡동에 있는 중개업소 대표는 "더 이상 나올 악재도 없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규제는 언젠가 풀릴 것라는 게 강남 사람들 생각"이라며 "집주인들은 굳이 싸게 집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곡렉슬 142㎡는 매수자들이 16억원대 물건을 찾지만 호가는 17억5000만원에서 더 이상 내려오지 않고 있다.

용인 상현동 석사공인중개 대표는 "상현1ㆍ2동은 금호와 성원쌍떼빌 등 중대형 급매물이 얼마 전에 소화됐다"며 "추가로 가격을 내리는 집주인이 거의 없는 것으로 봐서 현재 시세가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늘어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김현승 VIP공인 대표는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바닥선에서는 가격이 돌아서고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도 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남구와 평촌, 양천구 목동 등에서는 미미하기는 하지만 2~3월 연속 두 달간 시세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수요 측면에서도 지금을 바닥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강남권과 분당 등은 수요가 계속 있는 곳이지만 2006년 말 하락세가 시작된 이후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시장이 왜곡돼 있다"며 "통상 2년 정도 거래 부진이 있고 난 뒤에는 매수세가 다시 커지는 경향으로 볼 때 지금이 강남권 등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재일 유엔알컨설팅 팀장은 "시장 침체를 불러온 대출 규제나 재건축 제한 등 정부 규제가 변하지 않는다면 침체가 좀 더 갈 수 있지만 가격은 관망 속에 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는 6월 1일 종부세 부과기준일 이전에 강남권 6억~10억원대 아파트 중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종부세 부과를 앞둔 지난해 5월 급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가 연중 최저가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