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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집값폭등 다음수순은 전세대란?

[뉴스메이커 2006-11-23 15:00]

집값폭등으로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비수기여서 전셋값이 요동치지 않지만 지난 10월 급등했던 전셋값 상승세가 연말부터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특히 정부의 11·15부동산안정화방안이 전세대란에 불을 당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초읽기에 들어간 전세대란. 그 실체를 들여다본다.

최근 서울 마포에 32평 아파트를 계약하려고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은 김모씨는 전셋값은 듣고 뒤로 자빠질 뻔했다. 2억 원 안팎이던 전셋값이 무려 2억5000만원이 된 것. 이마저도 지난 추석때보다 2000만 원이 떨어진 것이다. 김씨는 지금 전세계약을 하기로 망므을 굳힌 상태다. 곧 ‘전세대란’이 올 것 같아서다. 더 늦기 전에 계약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11·15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후 전세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흔히 말하는 쌍춘년이어서 신혼부부가 증가했고, 이들이 대거 신혼집을 구하러 나서면서 전세수요도 늘었다. 그래서 최근 비수기라 주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전세매물도 귀하다.
저금리로 집주인이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 것도 전세 품귀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이자보다 월세가 2배 가량 많기 때문. 이에 반해 전세수요는 여전히 많다. 폭등한 가격에도 전셋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10월 전셋값 작년 대비 1.3% 올라
전셋값이 피크이던 지난 10월에는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부동산중개업소에 30만~40만 원의 예약금을 걸기까지 했을 정도다. 게다가 집주인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세입자를 ‘면접’ 을 보기까지 했다. 집주인이 신혼부부나 단촐한 가족을 원한다고 하는 등 각종 조건들을 제시하며 입맛에 맞는 세입자를 선택한 것. 최근 용산에서 전세를 구한 신모씨 부부도 신혼부부란 점 때문에 전셋집을 구한 케이스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엘부동산 홍은희 실장은 “추석 전후 전셋값이 급등했다” 면서 “지금은 약간 주춤해졌다” 고 말했다. 홍 실장은 “그러나 지금이 계절적인 비수기여서 그런 것이지 상승세가 꺾인 것은 아니다” 면서 “예전에는 이맘때쯤 중개업자들이 거의 일이 없어 여행을 다닐 정도였다” 고 설명했다. 홍 실장에 따르면 마포지역 전세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는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통게청이 발표한 지난 10월 전셋값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3% 올랐다. 2004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10월 전셋값 동향 역시 전달보다 1.0% 올랐다.

데이터는 또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수지 동향’ 에 따르면 3분기 중 도시 근로자 가구의 주거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증가했다. 이는 2000년 2분기의 26.3%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주거비 항목은 월세를 비롯한 이사·도배·장판 등 주거설비 비용, 아파트 관리비, 화재보험료 등으로 구성된다. 결국 주거비 부담이 증가한 것은 월세가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월세가 늘어난 것은 올 가을 전세난으로 전셋값이 뛰면서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살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쌍춘년으로 신혼부부가 늘고, 이들이 전셋값이 너무 뛰자 전세를 월세로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한마디로 급등한 전셋값이 ‘원흉’ 인 셈이다.

내년 봄 이사 수요 맞춰 대란 우려

정부의 11·15 부동산안정화방안은 ‘전세대란’ 에 불을 지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향신문>
문제는 앞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그나마 물량이 없어 ‘전세대란’ 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지난 1년여 동안 워낙 급등한 탓에 집주인들이 2년 만기가 돌아오면 전셋값을 올려 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세 물건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전세입자들은 전셋값을 놓고 집주인들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여야 하는 것이다. ‘전세대란’ 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그래서 ‘전세대란’ 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한두 달 전 피크 때보다는 전셋값이 낮다” 면서 “그러나 강북지역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 등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고 분석했다. 길 팀장은 “구조적으로 봄에는 전세, 가을에는 매매 수요가 주를 이룬다” 면서 “내년 봄 이사 수요는 대부분 전세여서 ‘전세대란’이 우려된다” 고 예상했다.

스피드뱅크 김은진 시황분석팀장도 “방학철이 다가오면서 학원수요가 많은 지역 전셋값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면서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줄어 비록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연말부터 다시 전셋값 상승세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 예상했다. 당장 올해 말부터 공급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부동산114(www.r114.co.kr)에 따르면 서울지역 올 4분기 입주예정 아파트는 1만 68가구로 이는 지난해 4분기 1만5653가구와 비교하면 무려 35.7%가 감소한 수치다. 특히 한강 이북에서는 전년보다 45.8% 급감, 강북권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내년 서울지역 입주물량은 모두 2만9820가구로 추산돼 올해 4만4806가구보다 3분의 1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까지 불안한 상황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전세난에는 물론 정부의 책임이 크다. 공급 부족의 경우 10·29부동산종합대책 이후 분양 물량이 급감한 것이 한몫을 했다. 더욱이 8·31 부동산종합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대책은 안이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정부의 11·15부동산안정화방안은 ‘전세대란’ 에 불을 질렀다. 정부의 부동산대책만 믿고 주택 구입을 미뤄온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집을 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실효성이 있는 전세 공급 확대대책도 빠져있다. 무주택 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전세난 대책 없는 11·15부동산대책

정부도 서민들의 전세난을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제1차관은 전세난과 관련, 지난 9월 “전세를 대체할 수 있는 장기 임대주주택 공급 확대에 노력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일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2~3년의 시간이 걸릴 것” 이라며 “단기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는 노력을 병행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11·15대책에는 눈을 씻고 봐도 전세난 대책은 없다. 특히 내년에는 신규 입주 물량도 많지 않아 정부에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전셋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셋값이 상승해 전세대란이 오면 다시 집값마저 급등하고, 다시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도 있다. 부동산정책을 남발한 정부가 앞으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내년 봄 ‘전세대란’ 에 대해 어떤 변명을 내놓을까.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

2003년
▲ 5월 23일/5·23 주택가격안정대책 - 분양권 전매금지 수도권 전역, 충청권 일부로 확대 - 투기지역내 주상복합, 조합아파트 분양권 전매금지

▲ 9월 5일/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 - 재건축 중소형 60% 건설 의무하 -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 10월 29일/10·29 부동산종합대책 - 장기공공임대주택 150만호 건설 추진 - 판교·화성·김포·파주 등 4개 신도시 19만호 공급 - 투기과열지구 6대 광역시와 도청소재지로 확대, 분양권 전매금지 - 재건축아파트 개발이익 환수 -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토지거래허가면적 강화

2005년
▲ 2월 17일/판교 신도시 투기방지대책 - 채권입찰제 실시 - 청약통장 불법거래행위 현장 집중단속 - 강남 등 6개 주택거래신고지역 신고실태 조사

▲ 5월 4일/5·4부동산대책 - 부동산 보유세율 단계적 강화 - 1가구2주택자 양도소득세 실가과세

▲ 8월 31일/8·31부동산종합대책 - 종합부동산세 과세대항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 - 1가구2주택 양도세 50% 중과 - 실거래가 등기부 기재

2006년
▲ 3월 30일/3·30부동산종합대책 -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 투기지역 총부채상환비율 40%로 규제

▲ 11월 15일/11·15부동산시장 안정화방안 - 공공택지 주택 12만5000가구 추가 공급 - 신도시 택지개발기간 단축 - 공공택지 주택 분양가 25% 인하 -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대상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로 확대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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