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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넓히기] 리모델링, 재건축 부럽지않네

[매일경제 2006-10-26 15:18:00]

재건축 개발부담금 신설, 지속적인 정부 규제 강화로 아파트 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에 달하는 중층 아파트 단지들은 재건축 수익성이 거의 없어 당장 주거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리모델링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 봄날 맞은 리모델링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은 2001년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2001년 9월 공동주택 리모델링제도가 생긴 후 2002년 주택공사가 서울 마포구 마포 용강아파트 5개동 가운데 2개동을 리모델링하면서 일반인 관심도 높아졌다. 이 아파트 시세는 리모델링 전후 무려 3배나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2006년에 이르기까지 리모델링에 착수해 사업을 마친 단지는 압구정동 대림아크로빌, 이촌동 로얄맨션, 방배동 래미안방배에버뉴 등 서울에서 3개 단지에 불과하다. 올 12월 방배동 궁전아파트(쌍용 예가 클래식) 216가구가 리모델링을 마치면 단지 수가 4개로 늘게 되지만 초기 관심에 비해선 초라한 성적표다.

늘 유망하다는 평가만 받았던 리모델링은 최근 추가 제도 완화와 기술 발전으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먼저 작년 9월 리모델링을 통한 증축 규모가 '최대 9평, 전용면적 30%'에서 '전용면적 30%'로 바뀌었다. 9평 제한을 없애 특히 중대형 평형 아파트가 리모델링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증축 가능 연한이 20년에서 15년으로 줄고, 상가 소유주도 리모델링 조합원이 될 수 있게 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는 서울에서만 30여 개 단지 1만가구에 달한다.

앞으로 리모델링 유망단지로는 입주 15년 내외의 분당,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 시범단지들과 강남권에서 80년대 중반 이후 입주한 중층 아파트가 꼽힌다.

◆ 비용 적게 들고 혜택 많아 =일단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이 유리한 점은 '정책'과 '비용'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제도적으로 추진이 쉽다.

입주연한에 대한 제약이 적고 추진과정도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건축심의→조합설립 인가→행위허가신청→구조안전 확인→이주 및 착공→사용검사→입주→조합해산 인가'로 재건축에 비해 단순하다.

게다가 비용도 적게 든다. 재건축은 기반시설부담금과 개발부담금으로 한층 부담이 늘어난 반면 리모델링은 현재도 평당 250만~320만원 선에서 사업비가 정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5년간 기술 발전으로 리모델링은 '단순히 집을 넓히는' 수준에서 벗어나 단지 전체를 바꾸는 개념까지 발전했다. 단지의 동 배치와 층까지 바꿀 수는 없지만 공원, 지하주차장, 편의시설은 재건축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100% 교체된다.

◆ 한계도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 단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리모델링은 우선 적용 대상 단지에 한계가 있다.

70~80년대 저층 소형평형 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주거환경을 대폭 개선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동구와 강남구 일대 대단위 노후 아파트는 아예 사업대상이 되기 힘들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중층, 20평형대 이상, 입주 15~20년 된 아파트 정도가 재건축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리모델링은 아파트 동배치를 다시 할 수 없고 일단 사업이 이뤄지면 재건축은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노후 아파트는 동배치가 일자형으로 바람길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조망이 떨어지는 예가 많다.

현재 재건축은 중첩 규제로 사업이 힘들지만 내년 대선 이후 일부 규제 완화 가능성도 있어 일단 리모델링에 착수하면 재건축 카드는 버려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태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