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이코노믹리뷰 2006-04-11 16:12]

창 열면 강·숲 보이는 생태도시
용산서 역사공부, 노들섬서 문화생활

김 사장의 서울 강북 생활
뚝섬에 보금자리, 창 열면 강과 숲이 보이는 생태도시가
유비쿼터스 인프라 잘 구축된 상암 DMC에 사무실 마련
강북 개발 후 학군 개념 사라져, 학교는 집에서 자전거로
매달 1번씩 가족과 한강 노들섬 예술센터 찾아 문화생활
신분당선 개통, 부모님 사시는 분당까지 40분이면‘넉넉’

2020년 4월, 벤처기업 사장 김상기씨(47) 가족은 뚝섬에 거주한다. 온라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삽입되는 음향을 개발하는 김 사장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30대 초반. 벤처로 신흥 부자 대열에 들어선 그는 결혼 후 강남 대치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었다. 물론 회사 역시 집 부근이었고 태어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거주지역은 반드시 강남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강남 규제가 이어지면서 몇 년 동안 강남의 모습은 변하지 않은 반면 강북은 뉴타운 개발에 미군부대 이전으로 용산에 공원이 들어서는 등 주거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었다.

5년 전 김씨는 가족을 설득해 뚝섬으로 이사를 했다. 지난 몇 년간 그랬듯 강북 개발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숲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뚝섬 인근은 고도제한 완화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섰고 아파트 단지 주변의 녹지율 또한 40% 수준으로 높아 주거지역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창을 열면 고층 빌딩만 보이던 강남과 달리 뚝섬은 강과 숲이 있는 생태도시였다. 중학생인 아이들의 교육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강남의 학교에 보내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강북 개발 후 이제 학군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의 하루는 집 앞의 공원에서 조깅을 즐기는 것으로 시작된다. 7시가 넘으면 그때부터 출근 준비로 분주하다. 강남을 떠나며 회사 이전도 검토했다. 그가 회사 이전 장소로 고민한 곳은 마곡동·상암동·공릉동 세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IT 기업=강남’이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그가 고민한 지역은 강북지역 일색이었다.

서울시가 2000년대 중반부터 조성중인 마곡 R&D지구, 상암 DMC지구, 공릉동 NIT 미래기술산업단지 등 첨단산업단지가 혁신 클러스터가 될 것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새로 개발된 지역들은 유비쿼터스 인프라가 확충돼 있고 관련 기업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공동 연구개발도 가능한 이점도 있었다. 최종 낙점 지역은 상암 DMC로 결정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시티로 개발된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계획에 돌입, 도시 전반적인 개발이 마무리 단계였고 공원이 많아 근무환경이 쾌적한 것도 맘에 들었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만 해도 쓰레기 매립지, 서울의 외곽에 지나지 않았던 상암동이었지만 이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회사를 이전하는 날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상암동은 하천이 범람해 장마철이면 곤혹을 겪던 동네가 더 이상 아니었다. 고속전철 개통으로 30분 만에 인천공항까지 갈 수 있고 몇 년 후에는 현재 북한까지 연결된 철도가 시베리아·만주까지 이어질 계획이었다.

상암동으로 회사를 옮긴 뒤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 R&D다. 이전까지 독자적으로 음향을 개발했었지만 지금은 서울시가 유치한 Media 연구소를 활용한다. 연구 의뢰비 또한 시에서 일부 지원하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DMC 내의 입주기업들이 게임·애니메이션 등 김 사장의 회사와 관련 있는 기업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분기별로 회사를 개방하는 일도 진행한다. 인근 지역 학생들이 견학을 오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아이들이 직접 휴대폰 등에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상암동을 즐겨 찾는다. 방송·영화·음악·게임 등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사업들이 DMC에 집중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직원 복지도 한층 높아졌다. 회의는 딱딱한 건물 대신 공원을 찾아 진행하기도 했고 업무를 마친 후 이따금 월드컵 경기장을 찾아 축구경기를 단체로 관람할 수도 있다. 매월 둘째주 수요일은 ‘문화 체험의 날'로 정하고 노들섬을 찾는다. 예전 같으면 공연을 보러 대학로나 세종문화회관을 찾았겠지만 지금은 한강 노들섬 예술센터를 찾는 이가 많다. 호주의 오페라하우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노들섬 예술센터는 섬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위치해 제법 운치도 있다.

금요일 저녁 김씨의 가족이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모였다. 김씨는 차를 두고 가족들과 전철을 탄다. 김씨의 목적지는 분당이다. 주말이면 분당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가족의 이동수단은 지하철이다.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상암동에서 분당까지 40분이면 충분하다. 차를 타고 가는 시간보다 오히려 빠르다는 점이 지하철을 타게 된 배경이다.

부모님 댁을 다녀온 후 김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나들이를 떠날 계획도 세웠다. 목적지는 용산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고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미군부대가 있던 민족공원도 찾아가 볼 생각이다.

-------------------------------------------------------------------------------------------------

DMC(digital media city)
-서울시가 상암동에 건설하는 단지로 주거와 생태 과학기술이 공존하는 도시. DMC 국제비즈니스센터 내 랜드마크 빌딩은 130층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예정.

공릉동 NIT -나노기술(NT)과 정보기술(IT) 클러스터. NITU라는 연합대학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이곳에서는 기업에 필요한 맞춤 인재를 공급하게 된다.


유현희 기자(yhh1209@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