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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종 규 
 
“푸른 산이 있고, 강이 흐르고, 바다가 지척에 있고, 섬이 가깝다면, 그런 도시가 있다면 나는 그 곳에 살고 싶다. 게다가 교통까지 편리하다면, 더구나 그곳이 장래성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서울 근교에 정말 그런 곳이 있다. 서울 중심에서 40분 거리에,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들도 쉬 오를 수 있는 적절한 높이의 산이 있고, 계절마다 철새 손님들이 얼굴 바뀌어 찾아드는 너른 황금 들녘이 있고, 유구한 역사 유물까지 보존되어있는 아름다운 섬이 지척에 있고, 천혜의 갯벌과 바다가 곁에 있다.
산에 오르면 산세 따라 펼쳐지는 황금빛 너른 들녘, 평야를 애돌아 흐르는 강줄기를 따르던 시선은 이내 바다와 만나게 된다. 바다 건너는 바로 아름다운 섬이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의 지형을 보면서 어떤 학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미래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그곳을 꼽았다. 만약에 한국에 미국의 맨하탄 같은 도시가 들어선다면 그곳이 가장 적절한 땅이 될 것이라고. 통일을 염두에 두고, 중국과의 교역이 본격화되는 서해안시대를 예견하여 그는 그런 진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등잔 밑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놀랍다. 지금은 교통이 원활해졌는데도 아직 교통이 안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고, 지하철이 들어서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서울근교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싼 곳이 바로 그곳이다.
다리를 뻗더라도 기댈 언덕을 보고 뻗으라고 했다. 일산 신도시는 기댈 언덕이 없다. 동서에서 한강을 타고 불어오는 모든 바람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기댈 언덕이 많이 있다. 아파트가 있고, 구릉이 있고, 아파트가 있고, 낮은 산이 있고를 반복한다. 가장 이상적인 도시는 도농이 합쳐진 도시이다. 도시의 황폐함을 도시 스스로 극복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도농이 함께라면 농촌은 도시의 허브역할을 해 낼 것이다. 농촌이기 때문에 상대적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욕구들을 농촌 스스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도농 복합도시의 강점이 드러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 비싼 집들은 대체로 언덕 위에 있거나 비교적 지형이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소위 전망 좋은 곳이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평지에서는 그런 전망을 가질 수 없고, 이웃이 조망권을 방해할 뿐이다. 그러나 이곳처럼 구릉 사이나 낮은 산들 사이사이에 들어서는 아파트들은 그런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조건을 가진 셈이 된다. 

이런 구조는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일조를 하게 된다. 도농복합도시에 이사 온 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것은 공기가 좋기 때문인데 좋은 공기는 이곳에서는 보너스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곳에 살고&n bsp;싶었다. 공기 좋고, 경치 좋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교통까지 편리한 곳. 그렇지만 서울의 문화를 쉬 접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다면 주저 없이 찾아가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모저모를 따지고 보니 내가 지금 밟고 있는 땅이 바로 그곳이었다. 지금 내가 선 땅은 김포시이다. 
이곳에 들어온 지 벌써 일곱 해이지만 감기 한 번 들어본 적 없고, 산이며, 바다며, 강 할 것 없이 내 삶을 풍족하게 해 주는 천혜의 운기 속에서 내 하고 싶은 글쓰기와 함께 유유자적 살아가고 있다. 누가 내게 왜 김포에 사냐고 물으면 나는 쉬 대답할 것이다. 와서 한 번 살아보라고.

<김포문인협회 부지부장·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