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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오르자 上京투자 다시 늘어


#1. 충남 한 중소도시에 사는 박 모씨는 서울 강남권에 아파트를 사기로 결심했다. 10억원가량을 부동산에 투자하려는데 거주지역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 강남에 아파트를 사두기로 한 것. 병원을 운영하는 박씨는 서울에 살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 전국에서 집값 상승 전망이 가장 밝은 곳은 역시 서울이라는 생각에 마땅한 아파트를 물색 중이다. 월세나 전세로 내놓아 수익을 올리고 향후에는 자녀들이 이용하는 등 다목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2. 부산에 사는 김 모씨도 한 달 전 서울 성동구 옥수12구역 재개발 지분을 6억원에 샀다. 109㎡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지분으로 혹시 서울로 이사하게 될 경우에도 대비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방 사람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를 사는 '상경(上京) 투자'가 부쩍 늘고 있다. 지방 아파트값은 꿈쩍도 하지 않는 반면 올해 들어 서울ㆍ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르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지방 사람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서울ㆍ수도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상경투자는 대규모 토지 보상금이 풀렸던 2006~2007년 활기를 띠었으나 지난해 부동산시장 침체로 한동안 뜸했다.

지방 거주자들이 서울 부동산을 사두려는 것은 무엇보다 서울, 특히 강남권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자녀들이 상경할 경우에 대비해 자녀 명의로 구입하거나 증여를 고려하는 수요도 상당하다.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연초 들썩인 것과는 달리 미동도 없는 지방 부동산에 돈을 계속 묻어둘 수 없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충북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 50대 초반 이 모씨도 서울 재건축에 관심이 많다.

그는 "돈도 안 되는 지방 부동산을 처분해 강남 재건축에 묻어두는 것이 낫지 않으냐"며 "4억원가량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과거 토지 보상금이 풀렸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지방에서 병원을 운영하거나 사업을 하는 큰손 투자자들의 상경투자가 대세"라며 "대부분 5억~10억원대 투자 상품을 찾는다"고 전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최근 주말을 이용해 서울 부동산을 둘러보는 지방 투자자들이 많다"며 "주로 대학생ㆍ직장인 자녀의 집을 마련해 주려는 수요와 재건축ㆍ재개발에 투자하려는 투자 수요로 크게 나뉜다"고 전했다.

광주에 사는 최 모씨는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 솔직히 배가 아프다"며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은 수도권에 투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률을 보면 지방 사람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을 쉽게 읽을 수 있다. 2000년 이후 서울 집값은 107% 올랐지만 지방은 부산 21%, 대구 23%, 광주 11% 상승에 그쳤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부올림픽타운 138㎡의 3.3㎡당 가격은 2000년 506만원에서 올해 4월 857만원으로 66%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서울 대치동 우성1차 135㎡는 182%나 올랐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서울에 집을 사는 경우 투기자로 인식됐지만 사실상 실수요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투자 성격이 강한 돈이 서울로 들어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상민 기자 / 이은아 기자]



2009.04.28 17:56:56 입력, 최종수정 2009.04.28 18:5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