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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노도강’ 너마저 … 중소형 아파트 급매물 쌓여
중앙일보 2008-07-24 01:52:00



[중앙일보 함종선]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6)씨는 최근 서울 중계동 소형 아파트(73㎡)의 가격을 1000만원 더 낮췄다. 지난달 2억8000만원에 내놨지만 찾는 이가 없어서다. 다음달 이사갈 집의 잔금을 내야 하지만 집을 사겠다는 문의 전화조차 없어 애만 태우고 있다.

서울 강북권 매매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매물은 쌓이는데 찾는 이는 없다. 호가도 2000만~3000만원씩 떨어졌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전성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노도강'은 올 상반기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북 3개 구를 과거 강남권의 '버블세븐'에 빗댄 말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강남권에서 시작된 '자산 디플레(가격 하락)' 공포가 강북권까지 덮치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은 주로 중소형 아파트들이다. 중계동 청구3차 106㎡는 시세(6억3000만원)보다 4000만원 싼 5억9000만원에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교육환경이 좋은 은행네거리에 위치해 강북의 대치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였다. 상반기에만 연초보다 20% 넘게 가격이 올랐다. 올 4월 3억6000만원에 거래됐던 방학동 우성아파트 106㎡는 3억4000만원에 나와 있다.

최근 급매물은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나온 '경계성 매물'이 주를 이룬다. 방학동 우성공인 이종선 사장은 “연초 2억원이던 아파트가 2~3개월 만에 2억8000만원으로 급등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와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미쳤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하향 안정세가 뚜렷해지면서 강북권의 매수심리도 얼어붙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주택담보 대출금리도 부담이다. 하계동 25시공인 조향숙 사장은 “연초 연 6%대였던 대출금리가 최근 8%대 이상으로 뛰자 매수자들이 급매물도 외면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2.06%에 달했던 노원구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지난주 0.03%로 크게 둔화됐다. 도봉구 역시 지난주 주간 상승률이 0.16%로 2주 전(0.65%)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강민석 수석연구원은 “자산 디플레 우려 등으로 강남권 아파트값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강북권만 '나 홀로 상승' 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강북권 아파트값도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권 집값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기 침체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미아동 로얄공인 이성우 사장은 “20여 년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올해처럼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적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