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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못지어 아파트분양 스톱

전국 1070개교 신설 필요…건설비 23조 마련 막막
송도ㆍ평택ㆍ천안등 48만가구 사업승인 차질 예상
교육청 "돈없어 학교신설 못한다"








택지개발이 한창인 인천 청라지구는 얼마 전까지 학교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지구 내 학교 설립비용 문제로 국토해양부ㆍ건설업체와 교육과학부ㆍ지방교육청이 대립하면서 국가에서 땅을 산 건설사가 정당한 이유도 없이 아파트를 분양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중에는 자금난으로 부도를 낸 곳까지 나왔다. 땅값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지난 3월 기획재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결국 일부 구역에선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가 학교용지를 싸게 공급하는 선에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건설업계와 일선 교육청은 "앞으로 4~5년간 수도권에서 이런 문제가 생길 현장이 수백 군데가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수도권에서 매년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주택계획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신도시 등 개발지역 내 학교 설립 문제 때문이다.

지방교육청이 '학교 지을 돈이 모자란다'며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자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분양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건설사에 학교 문제가 꼭 풀어야 할 과제인 이유는 '도시계획시설의 결정ㆍ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89조 '학교의 결정기준'에서 근린주거지역 단위마다 학교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는 1개 근린주거구역단위(새로 개발되는 곳은 2000~3000가구 규모)별로 설치해야 하며 중ㆍ고등학교는 2개 근린주거구역단위에 1개 비율로 배치하되 해당 지역 인구밀도와 가구당 인구 수 등을 고려해 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정부는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 아직까지 사업승인을 받지 못한 48만가구가 이른바 '학교 전봇대' 때문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이후 토지공사가 부담을 떠안은 인천 청라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사업승인이 '올스톱'됐다고 보면 된다"며 "인천 송도와 평택 청북, 천안 청수지구 등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학교 전봇대' 문제가 처음 제기돼 관계부처가 협의에 들어간 것이 거의 1년이 다 되는 지난해 5월. 인천 청라, 평택 청북 등에서 1만여 가구 사업승인이 중단되자 관계부처 간 협의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중재로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듯 했으나 이제껏 똑 부러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학교대란의 근본원인은 '돈'이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2년까지 새로 지어야 할 학교는 1070개에 달한다. 땅값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2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돈을 누가, 어떻게 마련할지가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최소한 10조원이 모자란다는 계산이다.

집값 급등을 막자며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신도시와 택지지구 개발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정작 학교 신설수요와 비용은 어떻게 할지 깊게 고민하지 않은 탓에 생긴 일이다.

신도시, 택지지구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지역 교육청에선 돈이 없어 학교 신설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이대로라면 5년 안에 지방교육청들은 빚더미에 앉을 것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신도시와 택지개발이 한창인 인천을 예로 들자.

13만1000여 가구가 입주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만 2014년까지 85개 학교를 지어야 한다.

여기에다 택지개발지구(57개), 도시개발사업지구(35개) 등의 학교 수요까지 합치면 인천지역 내 학교 신설 수요는 188개교(초등 97개, 중등 49개, 고등 42개)에 달한다.

특히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43개교를 신설해야 한다.

학교당 설립 비용을 250억원으로 잡으면 2010~2014년 5년 동안에만 3조58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더구나 학교 신설이 늘어나면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운영비 및 인건비는 학교당 연간 30억~40억원에 달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신도시를 개발하면 지자체와 시공사 등에는 개발 이익이 돌아가지만 교육청으로 들어오는 돈은 하나도 없다"며 "지어야 할 학교는 늘어나지만 예산은 태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선 교육청에선 △학교를 '공공시설'로 인정해 개발수혜자인 토지공사나 건설사가 비용을 내거나 △중앙정부가 학교설립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의의 피해자는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국가로부터 땅을 사들여 정당하게 주택사업을 추진해왔던 건설업체들이 피해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 문제를 관련업계에서 '학교 전봇대'라고 부르는 缺？？ 일은 정부가 저질러 놓고 책임은 민간에 떠넘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주택사업을 벌이는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이진우 기자 / 김태근 기자 /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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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6 07:43:53 입력, 최종수정 2008.05.06 19: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