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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경제자유구역, 한국경제 운명 걸려 있어"

[조선일보 16:46:25]

① 경제의 해가 서쪽에서 뜬다
자동차 등 남·동해안의 생산량 이미 앞질러 25개 산업단지에 96개 외국투자기업 진출 "이곳의 성공여부에 한국경제 운명 걸려 있어"
경기도 평택·화성과 충남 아산·당진·서산이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뒤 푸른 꿈에 부풀어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의 교역에서 규모는 물론 질적으로도 대한민국 대표항구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 청·일전쟁 당시 전쟁터가 되기도 했던 곳이 이젠 거꾸로 중국과 세계 진출의 교두보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이곳의 상대적 우위는 무엇인가, 또 부족한 점은 어떻게 보강해야 하나, 아시아 대표항으로 자처하고 있는 중국의 상하이와 싱가포르와는 어떻게 다른가 등등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종업원 250명 규모의 정유시설 제조업체 우향HC. 이 회사는 4년 전 서울 근교의 공장을 경기도 평택 포승지구로 옮기는 '모험'을 했다.석유 생산·저장시설을 만드는 업체의 90%가 부산, 울산, 창원 등 남·동해안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서해안으로 공장을 옮긴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동종업체들이 많은 남·동해안에 가야 공동 수송을 통해 운송비를 줄이고, 해외 바이어로부터 제품을 수주하기도 편리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회사 이박봉(49) 상무는 "세 가지 이유에서 서해안을 택했다"고 말했다. 넓고 싼 공장용지, 항만(평택·당진항)과 물류시설 그리고 중국의 성장 잠재력이다. "이미 남·동해안은 포화 상태입니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그런 부지가 없죠."더구나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석유저장장치는 무게 500t에 지름 7~8m가 넘는 대형 제품이어서 전에는 육로를 거쳐 항구까지 수송하느라 애를 먹어 왔다. 전봇대와 전선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단과 붙어 있는 평택·당진항을 통해 손쉽게 중동,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이 상무는 "남·동해안에 있는 업체들과 비교할 때 매출액 증가세나 이익률이 이미 3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한국 5대 수출품 중 넷이 서해안에 집중미래 한국 경제의 해는 서쪽에서 뜬다.
중국의 부상(浮上)에 따라 남·동해권 중공업기지가 주도했던 한국 경제를 서해안 지역이 이끌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한국의 5대 수출 품목(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자동차, 선박) 가운데 선박을 제외한 4개 분야의 생산량은 이미 서해안이 남·동해안을 앞질렀다.
울산, 부산, 창원 등 전통적 남동 공업 벨트의 연간 자동차 생산능력은 205만대. 하지만 평택, 화성 등 서해안에 퍼져 있는 자동차 공장들의 생산능력을 합하면 277만대에 달한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아산 탕정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LCD를 생산해내고 있다.특히 작년 말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평택, 화성, 아산, 당진 일대에는 산업단지 25개가 집중돼 있고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10개국에서 온 96개 외국인 투자기업이 진출해 있다. 평택시청 오성환 기업지원과장은 "반도체, LCD, 자동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외국인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부품 32%도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최상철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서해안 지역은 서울에서 밀려나온 산업들이 차지한 변방이 아니라 첨단산업을 무기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심"이라고 말했다.
◆"규제 더 풀고 외국 기업 잡아야"그러나 전문가들은 서해안 특수(特需)를 즐길 시간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평택에서 직선거리로 370㎞ 떨어진 중국 동부 해안은 한국 경제 전체를 압도하는 경제권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송명호 평택시장은 "발전한 중국 동부 해안 도시들은 이미 한국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고 있다"며 "15년 내에 서해에 세계적인 경제 거점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중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경기개발연구원 김군수 산업경제연구부장은 "한국이 세계경제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소형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지역 본부 등 덩치 큰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며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할 때 국내 대기업과 연계성을 주로 고려하는 만큼 수도권 규제를 풀어 국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
sooc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