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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한쪽은 '빈집', 또 한쪽은 '깡통'
거래세 인하 기대감으로 거래 둔화

기사입력 2008-04-10 07:17 김정수 kjs@
“입주기간이 3개월 지났는데도 빈집들이 속출해 걱정이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분양가 이하의 매물도 나오고 있다.”

9일 저녁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에 위치한 '안양 대우 디오슈페리움' 아파트. 불꺼진 집보다 불켜진 집을 헤아리는게 쉽다. 입주지정일이 지난 2월20일자로 끝났지만 90% 가량 불꺼진 집이다.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바로 옆에는 분양권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곳도 있다. 일명 '깡통아파트'라고 불리는 주택은 서울 인근 도시에서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하 5층, 지상 24~26층 3개동에 36평형 24가구, 39평형 45가구, 42A평형 24가구, 42B평형 22가구, 64평형 22가구 등 총 137가구로 구성한 '안양 대우 디오슈페리움'은 지난 2006년 6월 말 3.3㎡당 840만∼890만원에 분양을 완료했지만 ‘깡통아파트’로 전락했다.

인근 P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기간이 수개월 지났는데도 불켜진 집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라며 “부동산시장 침체와 대출규제 강화로 빈 집들이 속출하고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인천지역 첫 입주 물량인 송도국제도시 내 웰카운티 아파트. 인천도시개발공사(이하 인천도개공)가 지난 2005년 980가구를 분양해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빈집이 수두룩하다.

현재 980가구 중 300가구 정도가 불을 밝힌 정도다. 나머지 680여가구는 입주예정자들이 입주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즉 입주지연으로 빈집이 넘쳐나고 있다.

인근 K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방공기업이 분양한 아파트도 입주가 수개월째 안되는 등 입주 지연이 심각한 상태"라며 "보유주택이 팔리지 않은 것과 제대로 안 갖춰진 기반시설(학교)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써브 이미윤 팀장은 "입주율이 저조한 것은 투자들에 의한 입주연기와 기존주택 매매, 정부의 취등록세 인하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에 새 입주 아파트가 남아 돌고 있다.

입주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입주율은 절반을 밑돌고 있다. 분양가보다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나오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와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로 기존 살던 집이 팔지 않아 잔금확보를 못해 꿈같은 내 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잔금확보를 못한 입주예정자들은 꿈같은 새 아파트를 팔려해도 아파트 매매시장 침체로 분양가격에 내놓아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 풍산지구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예정자 김성재(가명·40·회사원)씨는 “교통 등 기반시설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싼값에 새 아파트를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중도금 대출 이자 부담이 큰 입주예정자들은 이자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매물을 내놓고 있다.

P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매매시장 침체로 기존 팔리지 않아 대출받아 중도금을 치른 입주예정자들은 이자부담을 덜기 위해 마이너스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매매되길 기다리다 치진 입주예정자들은 대물교환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건설업체들도 입주지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골머리를 앓는 이유는 분양계약한 집이 다 지어진 뒤에도 비어있게 되면 잔금 연체 등으로 심각한 자금압박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입주지연으로 건설사 수익부분인 분양잔금이 처리되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종균 부회장은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율이 높아 집을 팔지도 사지도 못해 입주예정자들이 입주를 연기하고 있다"며 "입주연기로 인한 잔금 미회수로 각건설사들이 자금회전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kjs@ (www.newsv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