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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동료 김XX 그 사람 이기주의자입니다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한테는 엄청강하죠
10년동안 그사람과 같은부서에서 근무했는데
그 사람 보면 늘 "사람이 저렇게 살아선 안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 사람이 살고있는 그 아파트도 덩달아 싫었습니다
그 아파트가 온통 그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죠

그 아파트 살기는 괜찮아요
대단지고 풍부한 생활편의시설 거기다 입지여건이나 평판도
괜찮아 아파트가격도 숸에선 그런대로 높게 형성돼있죠
저도 거기가 여러모로 무난하다 생각되는데
딱 한가지 그 밥맛떨어지는 인간 김XX 가 거기 살기 때문에 싫었던겁니다
그가 나와 한 이웃 된다는게 정나미 떨어져서 말입니다

그 아파트가 어디냐구요 ? 한일타운입니다
아파트회사 광고 모델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실감나더군요

그런데 작년 여름 반전되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홈플러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카트에 물건을 싣고 카운터뒤로 줄지어 서있는데
긴가민가 어딘가 낮익은듯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막 계산을 끝내고 인사를 건네는 캐셔에게 사람좋은 웃음을 보내고 있는
연세 지긋하신 정말인지 아주 곱게 나이를 드신 황혼의 신사한분...
아! 그러고보니... 이분 고등학교때 내가 가장 존경했던
그리고 좋아했던 저의 담임선생님이 아니시겠습니까
예전에는 늘 양복입은 모습만 지켜 봐 왔었는데
오늘 선생님께서 간편한 반바지차림으로 장을보러 나오셨던 겁니다
좀 이상하데요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근처에 사신다는 말인가 ? 그러다면 한일타운 ?
얼른 쫓아가 "선생님!" 하고 한번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계산을 끝내고 나갔을때 선생님은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습니다

선생님이 수원 한일타운에 사신다 ?
정나미 떨어졌던 그 아파트에 점점 호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맘이 단순하면서도 간사하더군요
꼴도보기싫던 그 아파트단지가 돌연 관심의 대상으로 변해버린겁니다
선생님의 좋은이미지가 김XX 의 나쁜 이미지를 커버해주었으니
당연 그 아파트 이미지가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던 겁니다

이래서 결국은 사람이라고 사람이 중요한가 봅니다
좋은사람이... 존경하는 사람이... 그래서 꼭 닮고싶었던 대상이
내 주변에서 나와 이웃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것
내 가슴이 이렇게 뛰는걸로 봐서
그게 우리아파트 최고의 가치이고 행복이란걸 알았습니다
나머지야 그져 덤이겠지요
지역들 심하게 따지시는데 사실 부풀려진거지
거기 산다고 해서 우리 삶이 대단해지는거 아니거든요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타인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질지 두려웠습니다

내가 조원주공아파트에 산다는건
나를 알고있는 내 주변 인물들에겐
내가 곧 조원주공의 대표모델이 된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어떨까?
혹여 그렇게도 싫어했던 김XX 경우처럼
나도 우리 아파트단지 이미지에 마이너스되는 존재는 아닐까 ?
솔직히 자신없어지는게 슬퍼지더라구요

지금까지 별나게 남을 의식하고
잘난척 고상한척 오랜시간 허영심에 들떠 살아왔던 내가
비싼아파트로 나를 포장하고 싶어 그토록 안달했었던 내가
갑자기 미치게도 선생님을 닮고싶어했던 것입니다
선생님처럼 품위있게 아름답게 나이들 수 있다면
그깟 비싼아파트 못살아보는것쯤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었던것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대개는 비싼아파트가 사람을 품위있게 만들어 주지만
반대로 품위있는 사람이 아파트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것을
후자가 더욱 가치있다는 것을
예전 스승님을 통해 배웠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