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유주택자 ‘답답’무주택자 '느긋'

헌집은 안팔리고, 양도세 50% 중과는 다가오고….’

서울 송파구 풍납동 30평형 아파트에 사는 김호철씨(가명·42)는 지난해 5월 인근 40평형 아파트를 대출로 구입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의 통학거리도 줄일겸 해서 양쪽 집을 대출받아 큰 평형으로 갈아 탈 목적이었다. 그러나 올초까지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새로 산 집 월세를 받고 있지만 매월 대출이자로 김씨 지갑에서 나가는 순지출만 150만원에 이른다.

풍납동의 C공인 관계자는 “요즘은 문의전화가 잘 오지도 않는데다 어쩌다 전화를 받으면 사람들 목소리 자체가 상당히 뻣뻣해졌다”면서 “가격을 얘기하면 흥정할 생각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 태안에 거주하는 P씨는 지난해 11월 개포주공 1단지 14평형을 7억9000만원에 계약했다. 서울에 입성하는 김에 투자가치까지 노려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단지가 7억2000만원까지 급매물로 거래돼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다. 대출금액이 만만치 않은데 상투를 잡은게 아닌가 싶어 여기저기 컨설팅업체에 문의를 계속하고 있다.

자영업자 K씨(53)는 지난달 SK리더스뷰남산 45평을 청약해 당첨됐다. 평당 1900만원대라 무리가 있긴 하지만 입지가 좋아 갈아 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며칠전 국민은행측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줄어 대출 가능한도가 예상보다 2억원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K씨는 SK측에 전화를 걸어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집 팔기는 힘들고, 새집 대출도 어려워

1·11대책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면서 유주택자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집값 상승의 기쁨도 잠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아 이사는 꿈도 꿀수 없는 실정이다. 분양권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해보지만 대출 제한에 걸려 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 연말까지 호가를 높이는 ‘매도자 버티기’가 유행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공개 여파로 매수자들이 호가를 뚝 떨어뜨려놓고 느긋하게 집값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집을 1년 가까이 팔지 못한 김씨는 “아직까진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로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지만 3개월 후면 50%의 양도세까지 물어야 한다”면서 “가격을 대폭 낮추자니 손해보는 것 같고, 버티자니 양도세 중과기간이 코 앞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의 부동산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매도자들은 매수세가 회복되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지만 매수 희망자들은 여유만만이다.

서초구 양재동의 W공인 관계자는 “이제는 흥정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없다”면서 “매수자들쪽에서 오히려 더 느긋하게 생각하고 여유를 부리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가수요자들도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배짱

배짱을 부리는 사람들은 실수요자뿐만이 아니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가수요들도 느긋하게 시장을 둘러보며 매수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시세가 ‘바닥’을 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심산이다.

도곡동 T공인 관계자는 “지난 4년동안 연초만 되면 집값이 들썩일 것을 예상해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올초엔 간혹 문의전화만 오고 있다”면서 “도곡동이나 대치동은 좋은 매물이 나올 경우 보통 현금으로 지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이런 사람들도 값이 뚝 떨어지면 연락달라는 부탁을 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유앤알 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경직수준을 넘어 경착륙 조짐을 보이면서 고가 주택을 산 사람들의 불안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나름대로 대출받아 싸게 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마저 지금은 여기저기 급매물 소식이 들리자 ‘상투’를 염려해 상담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적어도 1년 추이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 3개월가량은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현재 시장이 경직된 상태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10·29 대책이 나왔을 때는 1년가량 거래가 침체된 시기도 있었다”면서 “집 산 사람들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정확한 시장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기자
파이낸셜뉴스 2007/02/02 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