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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대책

위기의 건설업, 탈출구는 없나

줄도산 막으려면 건설사 숨통 터줄 종합대책 절실
일부 업체는 단기어음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
미분양 매입ㆍ대출규제 완화로 주택거래 살려야


◆전문가 대담◆







건설업계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일부에서는 건설업체 대량 부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참석자들은 "건설산업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넘어가는 '브리지'에 해당하므로 국민경제 차원에서 이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이 시급하며 실기(失機)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 사회＝김상민 부동산부 차장

－현재 건설업계에서 느끼는 위기의 체감온도는.

▶김흥수 원장＝지난 9일 건설경기 실사지수를 발표했는데 50으로 나왔다. 정상적인 상태가 100인데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공식적으로 16만가구를 넘었고 업계 자체 조사에서는 25만가구라는 얘기도 있다. 소위 악성 미분양이라고 하는 준공 후 미분양도 4만가구를 넘어선 상태다. 가구당 2억원으로 추산했을 때 부동산시장에만 50조원이 물려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택시장이 어려우면 재정사업 쪽에서라도 숨통이 트여야 하는데 지난 5년간 사회간접자본(SOC) 물량이 줄어 건설사로서는 사실 버틸 힘이 없는 상황이다.

▶최기의 부행장＝얼마 전 중견 건설업체 사장을 만났는데 "건설업을 20~30년 해왔는데 오늘 같이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유동성 관리를 잘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이가 큰 것 같다. 은행 차원에서 지난해 말 한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추가 지원하면서 경고 시그널을 보냈는데 사실 업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갖고 있는 자산을 장부가의 50%에 내놓아도 사려는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하도급 업체에 대금 지급이 안 돼 사실상 디폴트(부도) 상태인데 단기어음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업체가 많다.

▶조주현 교수＝지금 가장 큰 문제는 위기의 실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고, 부동산 가격 하락의 끝이 어디인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쩌면 위험성이 그때보다 클 수도 있다. 그 당시에는 부동산 금융이 활성화되지 않아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분리돼 있었다. 지금은 두 시장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도태호 정책관＝올 초부터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건설산업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국토해양부도 이를 막기 위해서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았는데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그렇다고 조 교수가 얘기하는 것처럼 연쇄적인 위기로 갈 위험성은 낮다고 본다. 지금 위기는 건설사들의 자금 압박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다.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조 교수＝보통 규제를 강화할 때는 하나씩 천천히 해야 하고 완화할 때는 일시에 '원샷'으로 완화해야 한다. 부작용은 나중에 하나씩 보완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

▶김 원장＝규제 완화를 천천히 하면 소위 '수요의 지연' 현상이 발생한다. 다음에 더 큰 규제 완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집 구매 시점을 늦추게 된다. 그 사이에 시장이 내성이 생겨서 다음 정책의 효과마저 소멸하고 만다.

▶도 정책관＝상반기만 해도 부처별로 상황 인식이 다른 점이 있었다. 정부 내부에서는 건설업체를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강남 집값에 불안 요인도 있었고 종합대책을 내놓기에는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에서도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최 부행장＝가장 시급한 것은 건설업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은행 차원에서 기존 대출 연장 등 여신 지원은 해주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이 어려운 건설업체들이 바라는 것은 대한주택보증 쪽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해 주는 것이다.

▶도 정책관＝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는 매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미분양 펀드에 대해서도 주택보증에서 보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

▶조 교수＝근본적으로 수요를 일으키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거래가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거래를 활성화시키면 문제점들이 서서히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전면 면제해 줄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때 그런 정책을 써서 효과를 봤다.

▶김 원장＝지방에서는 1가구 2주택 중과세를 전면적으로 풀어주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현재 지방 수요만으로 지방 미분양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사실 정부 대책의 초점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산업 연관 효과를 봤을 때 건설산업을 조기에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최 부행장＝대출규제 문제도 이제는 손을 봐도 될 시점이라고 본다. 한꺼번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20% 정도 풀어주는 식의 완화는 현재 상황에서 어려울 수 있지만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어느 정도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조 교수＝도심 재건축ㆍ재개발에 대한 규제 완화도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 시점이다. 현재 가격 급등 우려가 없으므로 규제 완화를 한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시점이다.

▶도 정책관＝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도 어느 정도 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김 원장＝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신뢰의 위기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미국 불황이 전개되는 시나리오를 한국에 대입해보면 한국이 미국과 같은 복합 불황으로 갈 우려는 없다. 하지만 신뢰의 위기가 오면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최 부행장＝금융권 차원에서 보면 리스크를 분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업체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과 제2금융권이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다 보면 충격파가 연쇄적으로 일어나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금융권 차원에서 공동 대응을 해야만 한다.

▶조 교수＝정부가 대응책을 개별 부처별로 내놓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지금은 위기 국면인 만큼 종합적인 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종합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아야 한다.

▶도 정책관＝정부 내부에서 금융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 위기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책 시기와 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국민과 시장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대책을 최대한 빨리 내놓겠다.

[정리＝김기철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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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3 04:05:05 입력, 최종수정 2008.10.13 17: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