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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런 식이지.

절차고, 주변의 시선 따윈 염두에도 두지 않아.

마음 하나 내키면 망설이고 자시고가 없지.

봄이 흐드러진 어느 날,

성큼 들어서면 그만이지.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다 반 토막이 나다시피 한 봄은,

하도 어이없어 그저 입맛만 쩝쩝 다실밖에.

이제 겨우 흐트러진 매무새를 추스르고 우아 나 한번 떨어볼까 할 찰나에 말이야.

여름은 늘 그런 식이지.

언제 여름이 노크하는 거 봤어?

온 신문이 다 떠들썩하다.

“드디어, 집이 팔린다.”고. “4·1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뚜렷하다.”고.

깊은 침체에 빠졌던 주택시장이 되살아나고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소식 일색이다. 특히 강남이 그렇고 강

남재건축은 가격 오름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4월 주택 매매거래 동향 및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매매 거래

량은 총 7만950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5% 증가했다. 지난 3월에 비해서는 19.3% 늘었다.

이는 4·1 부동산대책으로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면제 법안 등이 확정되면서 주택 구매를 미뤘던 수요자가

매수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업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한국주택협회 등 회

원사를 대상으로 ‘주택경기실사지수’를 집계한 결과 서울과 수도권의 5월 전망치가 각각 63.0과 56.5로 지

난해 7월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 비해서는 14.1포인트와 15.7포인

트 각각 상승했다.

주택시장의 주요 지표가 잇따라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물론

소비자·주택사업자 심리지수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바닥 론’에도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바닥을 찍었으면 이제 집값이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고 주택시장은 비로소 팔자가 피게 생겼다는 것이

다. 발표된 대책은 묵직한 보따리라는 평가만큼 약발이 제대로 먹히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고생

끝 행복시작이다. 반갑다. 어깨춤을 덩실덩실 춰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그렇게 호들갑을 떨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언론보도를 곧이 곧 대로 믿기에

는 저간의 형편이 영 녹록치 않다는 말이다. 4월 한 달 거래가 늘어난 것을 사실이라 쳐도 5월의 주택시장,

어째 좌불안석이다. 기대보다는 염려가 크다.

먹구름이 시커멓다. 그 넓은 하늘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덮여 비집고 들어갈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

책이 비로소 햇빛을 보기 시작한 지난달 4월 22일 이후 20여일, 거래건수가 5~6건, 대책 약발 운운하기

조차 멋쩍은 숫자다.

매수문의는 더 줄었다. 대책 발표이후 대책의 내용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며 기대감에 들썩이던 때를 감안

하면 이건 아예 절간이 따로 없다. 틈만 나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걷어 들이던 집주인들도 한풀 꺾이기

는 매한가지다. 이번 주 들어서는 사라졌던 매물이 슬그머니 예전 가격표를 달고 등장하더니 급기야 1천

~2천만 원 가격표를 낮춘 매물까지 등장했다. 그나마 대책시행일 이후 거래된 5~6건이 가격을 낮춘 급매

물 성격이었다는 소식을 접하긴 접한 모양이다. 관망세라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그래, 거래절벽이다.

열화 같은 4·1 부동산대책의 기대감은 간데없고 실낱같은 희망하나가 근근이 목숨 줄을 잡고 있을 뿐이다.

오는 6월말이 시한인 취득세 감면 조치다. 그나마 취득세 감면이라도 혜택을 받아 집을 사거나, 반짝이나

마 움직일 때 집을 팔 계획이라면 바짝 서둘 일이 남았을 뿐이다. 6월말까지 반짝 거래, 실낱같은 희망의

실체다. 그리고 그 이후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시장을 움직일만한 모티브가 없는 시장은 또 거래 절벽

이 십상이다.

양도세를 물지 않도록 했으니 이번기회에 돈 좀 벌라는 사려 깊은 배려였다. 무려 5년간은 눈 딱 감고 봐주

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로 시한을 정했다. 처음엔 솔깃했다. 그래, 오랜만에 목돈 좀 만져볼

까 구미가 당겼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연말이 지나면? 당근 없는 말이 달릴까? 갑자기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떨어지는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동안 수도 없이 경험한 터라 깊이 생각하고 자시고도 없이

비슷한 상황이면 이제는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버릇이다. 생각이 깊어졌다. 거래절벽, 대책 발표 이후 한

달여 고심한 흔적이다.

재건축이 본 괘도에 오르면서 연일 보도를 통해 둔촌주공 재건축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심리

상실로 거래절벽의 중병을 앓고 있는 시장은 천둥치는데 방귀뀌는 격이다.

양동이로 끄던 불을 소방호스까지 들이대고서도 불을 끄기는커녕 온산으로 번지게 생긴 마당이다. 없던 염

려가 생겨나지 않은 게 외려 이상할 판이다.

이쯤해서, 전체를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지난 정권은 어땠고, 지지난 정권은 어땠는지. 그들의 대책은 도

대체 왜 약발이 먹히지 않았고, 왜 사후 약방문 꼴 났는지. 왜 투자심리가 사라지고 왜 거래절벽이 사라지

기는커녕 질기게도 되살아나는지. 한발을 뒤로 뺀, 여차하면 빠져나갈 궁리 때문은 아닌지.

이 지경이면 부동산시장을 살리고 이를 마중물로 경기를 살리고자 하는 목표 따윈 접어야 되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애당초 어정쩡한 처방으로 중병을 고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언제

까지, 기한까지 정해뒀으니 절벽이 빤히 내다보인다. 약발이 순순히 먹힐 리가 없다. 부동산 시장이 수족

처럼 움직이는 졸병도 아니고 말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절벽이 코앞인데 돌격 앞으로 한마디에 서슴없이

목숨을 던지는 졸병이 어디 있을 것인가.

어차피 경기 살리기와 부동산시장 살리기는 한 몸통이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경기 살리기는 영원히 풀 수없는 미적분일 뿐이다.

집값 살리기가 곧 경제 살리기다.

경제는 심리다

부동산 투자심리를 살리는데 모든 것을 쏟아 부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 까닭이다.

자, 대체 무엇이 모두를 살리는 길인가.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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