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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당인동의 서울화력발전소(당인리발전소)가 2012년 전기 생산을 그만두고 문화 명소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전소 폐지를 지역 주민들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인리발전소를 둘러싼 논의는 발전시설을 없애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마포구와, 지하에서 계속 전기를 생산하자는 한국중부발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마포구의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박희태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과거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하던 당인리발전소는 지금 우리 전력 생산의 1%를 차지할 뿐”이라며 “이제는 없어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회에 참석한 마포 주민들을 향해 “그 넓은 땅에 마포의 명물을 만들어야 한다”며 “(마포 출신 의원들이) 못 해내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공약으로 ‘문화창작발전소’ 추진=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선에서 당인리발전소를 ‘문화창작발전소’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자 문화관광부는 “발전소를 개조해 영국의 테이트모던이나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처럼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보고했다.

이후 발전소 부지를 문화 명소로 만들자는 데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문제는 지하공간이었다. 지식경제부(옛 산자부)와 중부발전은 “비상시 서울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발전시설이 꼭 필요하다”며 지하에서 전력 생산이란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반면 마포구와 지역 주민들은 “‘위험한 시설’을 지하에 두고 지상에서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발했다.

◇당정 협의에서 논란 예상=당초 문화부가 제시한 시한인 6월 말이 지나자 이번에는 정치권이 나섰다. 문화부가 올 들어 다섯 차례나 관계 기관 회의를 소집하고 전문가 심포지엄도 열었지만 별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포 출신의 한나라당 강승규·강용석 의원은 최근 ‘당인리화력발전소 이전을 위한 정책적 해결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박희태 대표가 발전소 폐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의 이런 발언은 지식경제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부닥치는 것이어서 앞으로 당정 협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토론회에서 “서울화력발전소는 수도권 전력계통의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설비로 폐지는 불가하고, 이전도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기존 발전기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장기 과제로 지하화나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2008 7 18일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