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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월 11일 사설

10일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가 한때 100포인트 넘게 빠져 1200선마저 무너졌다. 시장은 오후에 다소 진정돼 지수 1241에 가까스로 턱걸이를 했다.

환율도 '주식시장 붕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당 1460원까지 치솟았다.

순식간에 수십원씩 오르고 떨어지길 반복하던 환율은 정부가 개입하고 삼성전자·현대차가 급히 달러 수출대금을 시장에 푼 뒤에야 1309원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미국 등 7개국의 금리 인하에 이어 최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물가와 환율 상승 위험보다 금융시장 안정과 신용 경색 해소가 더 급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공포와 불안이 여전히 금융시장을 내리누르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했던 0.6%에서 0.1%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1.7%에서 0.6%, 일본은 1.5%에서 0.5%로 낮춰 잡았다.

10% 성장이 점쳐졌던 중국도 1%포인트 이상 떨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 EU, 일본, 중국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다.

이들 나라가 내년에 일제히 성장이 둔화되면 우리 수출은 어떨지 따져보나마나다.

그나마 내수 부진 상태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 해왔던 수출마저 주저앉으면 우리 경제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곧 15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도 3조~4조엔 규모의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경기를 과열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재정(財政)은 다른 나라보다 여유가 있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33%로 OECD 국가 중 낮은 수준이다.

재정 운용에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국회에 낸 내년 예산안도 다시 검토해 덜 급한 예산 항목들을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원으로 돌리는 등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소득·소비세율 인하와 함께 내년으로 미룬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를 앞당기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 상황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건설업체들이 부도라도 내고 줄줄이 넘어지면 그것이 또 다른 충격의 방아쇠를 당기는 꼴이 될 것이다.

수도권 규제 등을 풀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노력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비상 상황에는 비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