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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월4일

앤디 셰 前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그린스펀 버블'의 종말…

中도 경착륙 가능성 높아 2010년쯤 미세하게 회복

홍콩=이항수 특파원 hangsu@chosun.com

▲ 조선일보 DB"미국의 구제금융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됐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를 근본적으로 구하지는 못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2009년 내내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아시아 경제계에서 저명한 경제 분석가인 앤디 셰(Andy Xie·謝國忠·47·사진)는 2일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경착륙(硬着陸·hard landing)으로 가고 있으며, 1997년과 1998년 아시아가 겪었던 고통을 올해와 내년에는 미국이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아·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셰는 2006년 가을에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가장 먼저 예견했고, 지난 7월 21일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대재앙이 임박했다(Apocalypse soon)'라는 섬뜩한 제목의 기고문에서 세계 부동산 시장의 대폭락을 예고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상원이 구제금융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월요일 새벽에 부결된 안건이 일부 수정돼 상원을 통과했지만 이 법안이 경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어떤 시각으로 보든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위축(unprecedented contraction)으로 가고 있다."

―미국 발(發) 금융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린스펀(Greenspan) 버블'의 종말이 왔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의 금융은 지난 20년간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다. 그런데 그것은 파생상품이란 옷을 입은 비정상적인 '빚의 거품'이었다. '그린스펀의 빚의 제국'이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 전망은?

"구제금융과 관계없이 미국 경제는 경착륙으로 다가서고 있다. 신용 거품이 빠지면서 2~5% 수축될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가 벌어졌던 아시아의 1997년이 미국의 2008년과 같다. 1998년 아시아는 2009년의 미국이 될 것이다. 엄청난 고통이 따를 것이다."

―금융위기의 의미는?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신용(credit)의 위기가 아니다. 자본주위의 기초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에는 사회주의가 불신임(discredit)을 받았다. 2008년에는 금융 자본주의가 불신임을 받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가 정리되면 세계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내년도 세계 경제를 전망한다면?

"미국 경제는 이미 경착륙으로 접근해 있고, 중국 경제도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과 일본은 이미 침체되고 있다.

이 경기 침체는 2009년 내내 계속될 것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은 2010년에나 미세하게 가능할 것이다."

―중국은 아직 큰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경착륙 위험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내년도 수출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다. 생산·소비·소득 어느 면을 봐도 내년도 중국의 성장률은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다."

―각국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임시방편으로 은행들의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부분)을 2%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이 협력해 대출 이자를 낮추는 일이 곧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