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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1가구 1주택'에 갇힌 한국

"양도세 중과세 논란은 선진국에는 없는 한국적 특성의 산물…
`1가구 1주택` 정책 근본적인 검토 필요"

정부가 당정 협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발표한 바 있는 1가구 3주택 이상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입법이 여당 내 일부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1가구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 양도소득세는 그 효시로 1967년에 도입된 '부동산투기억제세'라는 명칭이 시사하듯이 가장 강력한 투기억제 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 특히 세제를 통한 투기억제로 집값 상승을 진정시키려 했던 참여정부는 1가구 다주택 보유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제도를 대폭 강화하였다.

그러나 선진국에는 중과세제도가 없다. 보통 주택 수와 무관하게 동일한 세율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되 임대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다. 한편 집 주인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 한 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대폭 감면해 준다.

선진국과 우리나라 양도소득세제의 차이는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시각 차이를 반영한다. 외국에서는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하면서 자기가 거주하지 않는 집을 임대료를 받고 세를 놓는 것은 정상적인 민간임대사업이다. 그러나 1가구 1주택 실현이 주택정책의 중요한 목표인 우리나라에서는 다주택 보유 자체가 대표적인 투기행위로 인식된다.

1가구 2주택 보유를 금지하면 주택에 대한 (가)수요가 줄어서 집값이 떨어져 더 많은 사람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도소득세에 관계없이 똑같은 수만큼 주택이 공급된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주택이 공급되려면 다른 자산에서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주택 대신 오피스텔, 상가 등 다른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주식 등 금융자산에 투자할 것이다. 따라서 주택투자 수익률을 결정하는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부담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감소하여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세를 들어 살 집도 줄게 된다. 1가구 다주택 중과세 폐지가 반드시 부자들에게만 이득이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의 자가보유율(집을 한 채라도 소유한 가구 비율) 또는 자가거주율(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주택 비율)은 대체로 60~70% 정도다. 물론 싱가포르처럼 90%를 넘는 나라나 스위스처럼 34%밖에 안 되는 나라도 있다. 2005년 센서스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가거주율은 56%고 자가보유율은 60% 정도로 추정된다. 앞으로 자가보유율이 다소 높아질 여지는 있겠지만 증가 속도는 둔화될 것이다. 따라서 1가구 1주택 정책을 언제까지 고수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자가든 임대주택이든 주거 수준 향상과 주거 안정 보장이 더 중요하다.

정부의 양도소득세 개편안은 다주택 보유에 대해 장기 보유 공제 혜택을 배제하여 1가구 1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이 유지되도록 하였지만 임대소득과세 정상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 세제에서는 월세에 대해서만 임대소득이 과세되고 임대차 계약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세주택에 대해서는 과세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가는 전세보증금에 정기예금 금리를 곱한 간주임대료에 대해 과세된다. 따라서 주택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금융자산에 운용하여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부과되므로 이를 보증금에 대한 과세에서 공제해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부동산 관련 정책 혼선 사례는 양도소득세 문제뿐만 아니다. 작년 말부터 차일피일 미뤄져 온 강남3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는 최근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집값이 오르면서 무산될 분위기다.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송파신도시 건설 등도 원안대로 추진될지 불확실하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에는 무리한 주문이겠지만 신념보다는 과학적 분석을 중시하고, 임기응변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문제를 다뤄주기 바란다.

[김경환 객원논설위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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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17:24:1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