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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바람 끝은 어딘지 맥이 풀렸습니다.

겨우내 빈둥대던 강추위가 다 늦게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라려보지만

이미 예전의 위풍당당한 모습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있습니다.

소한 대한은 지난 지 오랜데다 봄이 선다는 설이 지난지도 닷새쨉니다.

위세를 떨기보다는 이제 슬슬 자리를 접는 게 나을 성 싶습니다.

세월이 야속하지만 그거야 어쩔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자칫 면박당하기 십상입니다.

아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태평일지 모르지만,

순식간에 찾아와서 체면이고 뭐고 따질 겨를도 없이 무작정 등 떠밀게 빤한 때문입니

다.

연둣빛 환한 미소를 앞세운 새봄이 오면 말입니다.




설 쇠고 나서는 아직 한건의 거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이 도로 얼어붙었다거나 사람들 왕래가 뜸해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연휴가 끝난 지 사흘이 채 지나지 않은 시장을 두고 딱히 어떻다고 말하기는 뭐

해도 전화문의는 꽤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설전에는 뜸하던 전세를 찾는 수요까지,

시장은 제법 북적입니다.




며칠 전 강동구청에서 보낸 정비계획 변경 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문의전화를 제외

한 순수 매수와 매도 문의만 해도 설 전 보다는 몰라보게 늘었습니다. 팔린 가격대

의 매물보다 호가가 올랐다는 설명에 아쉽다는 측도 있고, 앞으로 가격추이가 어떻

게 되겠냐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측도 있지만 오른 호가를 따지지 않고 선뜻 사

겠다고 나서는 측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두 셋 남은 저가 매물

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팔리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따름입니다.




서울시가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면서 강남권재건축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실상은 원론적인 입장표명에 머물고 있는 실정인데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설

이 분분하고 해석이 엇갈립니다.




서울시의 주택정책 기조가 뉴타운에 대해 철거 형 개발 대신 유지관리형 개발 방식

에 무게를 둔데 이어 지역특성에 따른 용적률 세분화, 무분별한 용적률 상한 억제,

적정밀도 관리방안 등 일련의 고밀도 개발 억제책을 마련 중인 것도 주택정책의 방점

을 공공성에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사실상 서울시내 핵심 주택공급원인 재개발 재건축에 지나치게 엄격한 공공

성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칫 중장기 공급부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

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저층위주로 1종 일반주거지역의 특성을 띠는 곳조차 재개발 재

건축과정에서 기존 건물을 싹 밀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다며 이는 삶

의 공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서가 아니냐는 것이 박원순 시장의 기조와 철학이라는

설명입니다.

기부채납을 전제로 용적률을 쉽게 올려주지 않겠다는 것도 공공성에 무게를 두겠다

는 뜻입니다. 주변이 저층 단독 다가구지역인데 재건축을 추진하는 재건축단지가 나

홀로 고층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임대주택 공공시설을 기부채납 한다

고 해도 무작정 고층아파트를 짓는 것은 허용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서울시가 모든 재건축의 용적률 상향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강남권을 중심으

로 공공성에 발목이 잡히지 않겠냐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장심리가 얼어붙고 있습니

다.

심지어는 일부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박시장 재임 중에는 재건축을 안 하는 게 낫다

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설 전 부터 조심스럽게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둔촌주공과는 사뭇 다른 분위깁니다.




서울시 주택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강남권재건축시장도 명암이 엇갈립니다.

결국 서울시 주택정책에 강남권재건축의 운명이 달린 셈입니다.

박시장 재임 중에는 재건축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절망적인 단지가 있는 반면 벌어

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깨춤을 추게 생긴 단지까지, 강남권재건축시장에 새로운 양

극화가 생긴 셈입니다.




둔촌주공 정비계획에 한 점 무리수가 없습니다.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그러기에 공공성과의 조화에도 어긋남을 발

견할 수 없습니다. 일부 강남권재건축단지에서 이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집중

되는 이유입니다.




겉포장은 그럴듯한데 내용물이 변변치 못한 상품이 있는 반면 내용은 번듯한데 포장

이 형편없어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상품의 내용과 어우러진 품격 있는 포장으로 상품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예도 있습니다.




그 동안 번듯한 둔촌주공이 제대로 된 포장이 없어 제 값어치를 못했습니다.

둔촌주공, 비로소 임자를 만났습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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