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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수영만 매립지, 신흥 부촌의 그림자
등록일 : 2008-01-14 출 처 : 국제신문

지난 10일 오후 2시20분. 부산의 부동산시장을 이끌고 있는 해운대구 수영만매립지의 D오피스텔 8층 동남향의 한 집.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이 비쳐야 할 거실은 불을 켜지 않고는 신문을 볼 수 없을만큼 컴컴했다. 지난 2003년 5월 3.3㎡(1평)당 670만원에 이 집을 분양받은 김모(45·여)씨는 "바다 영구조망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경치는 고사하고 햇빛이라도 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층 박모(46)씨 집도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거실의 3분의 1에서만 햇볕 구경이 가능하다. 또 박씨는 집 내부가 불과 18m 거리에 있는 인근 35층짜리 오피스텔에 그대로 노출되자 블라인드로 거실을 가려놓고 산다.

'마린시티'라 불리는 수영만매립지는 전국 최고 분양가 기록 경신과 부유층 유입으로 '신흥 부촌'의 화려한 겉모습을 자랑한다. 하지만 과밀개발에 따른 일조·조망권 분쟁같은 어두운 속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500여세대 규모인 D오피스텔 단지의 B동 3~36층에 배치된 오피스텔 입주자 100여세대는 조망이 나오지 않자 시공·시행사를 상대로 지난해 민사소송에 이어 지난 2일 부산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입주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지난 2003년 분양 당시 시행·시공사가 광고를 통해 '영구조망권'을 강조했는데 현실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 분양 당시 건물 주변이 모두 나대지였으나 지금은 바로 앞에 35층, 오른쪽엔 42층짜리 오피스텔이 각각 들어섰고, 그나마 비어있던 왼쪽에도 머지 않아 80층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하늘마저 가리게 됐다. 조망은 고사하고, 햇빛 한 줄기 보기 어려운 상황.

이 단지 분양을 받아놓고도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차모(54)씨는 "분양광고에서 호텔같은 아파트라는 뜻으로 '아파텔'이란 용어를 썼었고, 계약서 어디에도 오피스텔이라는 표시가 없었는데 완전 속았다"고 밝혔다.

이에 시행·시공사는 "분양 실무는 다른 업체가 맡았으며, 영구조망을 강조해 설명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주변 전체가 값 비싼 상업지역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조망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은 것이 잘못이라는 것.

오는 15일부터 분양에 나서는 72층 규모의 H주상복합 아파트에 인접한 T오피스텔 입주민들도 일조권 문제로 법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 80층 규모 D주상복합 아파트 신축공사가 본격화되면 수영만매립지와 길 건너편 북쪽의 기존 마리나아파트 단지 사이에 일조권을 둘러싼 민원과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부산의 금싸라기 땅이라는 이곳 입주 고객들 사이에선 여름에도 창을 제대로 열 수 없을 정도로 사생활 보호가 안되고, 햇볕도 잘 들지 않게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숲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지만 집값 걱정 때문에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