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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완화, 일시적 비용절감 효과 그쳐

첫째, 수도권 규제가 수도권의 경쟁력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인가? 오늘날 대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비용요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질과 창조적인 인력과 기업에 의한 창의와 혁신이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은 창조도시론을 주장한 R. 플로리다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이 동의해 오던 바이다.

때문에 수도권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경우 일시적인 비용절감의 효과로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으나 새로운 집중과 혼잡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는 도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히려 창조적인 인력이 살 수 있고 살고 싶은 수도권이 되도록 집중을 억제하고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정지역 과도한 집중은 사회정의에 위배

둘째, 거주이전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 국가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은 목표 자체부터가 잘못 설정되었는가? 인구와 기능의 일극집중으로 인한 수도권의 혼잡과 경제적 비효율성, 그리고 지방의 자립적 기반 상실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특정지역으로의 과도한 집중은 사회정의에 위배된다. 사람이나 기업 모두에게 이동과 이전의 자유가 있지만 이동의 기회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과 기업에게만 주어진다.

결국 지방에는 이주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과 기업만 남는 반면 수도권에는 우수한 인력과 탁월한 기업만 이주하여 지역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결국 불평등과 소외의식이 증폭되어 사회정의를 훼손하게 된다.

셋째, 지역균형발전은 원천적으로 달성불가능한 목표인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쉽게 균형발전 정책을 수도권 발목잡기, 국가경쟁력의 하향평준화, 나눠먹기라고 폄하한다.

지역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이 동일하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며 동일하게 나눠가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지역이 자생력을 갖추고 자립할 수 있도록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투자를 유치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균형발전은 나눠먹기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1분기 인구이동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방대도시를 빠져나간 연령층은 대부분이 20대 젊은 세대인痼막?조사되었다. 대구는 20대 순유출 인구가 총순유출 인구의 66.9%에 달했다. 지방을 빠져나간 인구들은 대부분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있다.

문제는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문화적 소비에 대한 욕구이다. 접근가능한 지방의 대도시에서 이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이러한 이동과 집중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은행의 지역산업연관표 분석 자료에서 나타났듯이 수도권은 자립형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는 반면, 나머지 지역들은 주로 수도권에 의존하는 교역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수도권은 인구나 취업자, 부가가치 등에서 전국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파급효과를 별로 미치지 못하는 거대한 블랙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지방은 그 파급효과를 통해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1960년대 이후 성장거점(growth pole) 방식의 균형발전정책의 실패에서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만의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비수도권의 자립적인 경제권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수도권과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공간단위에서 교육과 일자리,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때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억제될 수 있다. 또한 수도권도 더 이상의 집중에 따른 부작용과 비효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세종대 변창흠 교수 (@) | 등록일 : 200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