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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Update: 2007.09.10.10:44

은행권 아파트 대출금리 세일도 불사



8월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잠실의 트리지움(옛 주공3단지) 입주 예정자 김모(42)씨는 최근 우리은행으로부터 파격적인 집단대출 제안을 받았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대출금리는 91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0.4%를 더한 수준으로 지난 7일 CD금리 연 5.33% 기준, 5.73%였다. 다른 은행들이 제시했던 ‘CD금리+0.8%’보다 파격적인 제안에 김씨는 우리은행을 통해 잔금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들이 아파트 집단대출 시장에서 격돌하면서 입주자들을 향한 금리인하 ‘구애’가 뜨겁다. 김씨가 입주하는 트리지움은 최근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집단대출 최대 격전지로 우리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인하 행보에 다른 은행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경쟁은행 관계자는 “대출이자를 받아 신용보증료(0.3%)와 교육세, 설정비 등을 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출혈 수준”이라며 “우리은행의 선공에 금리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와 주택거래 위축으로 은행권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은행들은 집단대출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입주자들이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지난달 초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도 동호회를 중심으로 집단대출 은행을 선정하며 일반 주택자금대출 금리에 비해 0.8%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시한 곳을 선택했다.

입주자에게는 낮은 금리가 반갑지만 은행 입장에서도 출혈을 불사하면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새로운 입주자들이 모이는 ‘무주공산’에 집단대출로 영업기반을 닦아두면 향후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등 다른 수익상품 판매로 충분한 영업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동탄신도시 인근 3000세대 대단지 중 1000여 세대의 집단대출을 확보한 한 시중은행 지점의 경우,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이 지점 관계자는 “입주자금 대출은 고객이 새로운 터전에 자리를 잡으면서 받는 대출로 지속적인 영업이 가능하고 새롭게 형성되는 상권에서 밀착해 영업 기반을 확실히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입주 아파트의 동호회들이 은행의 출혈경쟁을 종용하는 부작용도 비일비재하다.


동호회들이 가격 상승을 위한 담합 등 무리한 행태를 보여온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신규 아파트 동호회의 경우, 집단 대출 은행을 선정하며 금리인하는 물론, 수수료 면제, 각종 기부금 제공까지 요구하고 있다.

용인 지역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본점이 실적을 요구하면 마른수건이라도 짜는 심정으로 금리우대를 해주고 있다”며 “특히 동호회의 요구 사항이 압력에 가까워지면서 집단대출 은행을 복수로 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경쟁 은행간 협력해서 동호회에 대응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들어 집단대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농협과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1~8월 집단대출 잔액이 작년 말에 비해 2조4563억원 늘었고 농협은 2조1475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은행은 1조2250억원 늘었으며 국민은행은 5468억원 줄었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