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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가 시원찮으니,
언젠가부터 가격이 저렴한 곳만 찾아다녔다.

코엑스나, 용산 같은 공간은
두드러기가 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몇일 전 '영등포'의 타임스퀘어를 찾았다.

이 공간. 뭔가 좀 달랐다.

뭐가 다를까? 생각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90년대, 한국 사회의 중산층이 멋진 소비를 통해

라이프 스타일을 세련되게 가꿔가고 있었다.

워크맨과 삐삐가 등장했고, 곧이어 등장한 핸드폰.
그리고 가정용 PC의 보급과 노트북의 등장. '메이커'라 불린
꽤 비싼 브랜드의 옷들.

그때 중산층의 자녀들은
소비사회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IMF 이후 이들의 몰락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양극화가 심해질 수록,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는 줄어들고 극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명품비즈니스,
하층민을 대상으로 하는 빈곤비즈니스가 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형 아울렛'의 등장이다.

소비사회에서 트렌드를 주도했던 중산층은 시간이 흐를 수록 가난해져갔는데,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소비 패턴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소비의 관성은 아울렛의 활성화로 이어져갔다.

중산층의 소비는 사회 전면에서 한 걸음 물러난다.

타임스퀘어에 들어가고 나서 놀란 것은

이 대형 마트가 타켓으로 하고 있는 대상이 '중산층'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영화를 보고, 빈폴 등 그런데로
이름있는 옷의 매장이 가득하고,

지하의 대규모 이마트에서는 생필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그런데 호화롭기 그지없는
실내 인테리어는 세련된 도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시킨다.

이 공간은 중산층의 소비문화를 한층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장사가 잘 될까. 하는 것이었다.

중산층의 몰락에 점점 더 가속이 붙고 있는데,

이들의 닫힌 지갑문을 겨냥한 이 거대한 소비공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러웠다.

오랫만에 꽤나 흥미롭게 관찰할 공간이 생긴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