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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녀를 가진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포기하지 않는한, 부부의 직장이 있는 서울이 아닌 신도시에 살 수 있을까?
2. 평범한 맞벌이 부부가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을까?
3. 앞으로 맞벌이 부부는 얼마나 증가할까?

위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 왜 봉천동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지 답이 나옵니다.



신도시 불패론, 일본을 통해 점쳐본다
차학봉 / 조선일보 부동산 팀장


사회의 고령화는 부동산 트렌드도 늙게 합니다. 우리보다 좀 더 일찍 고령화된 일본의 부동산을 통해 한국의 고령사회의 밑그림을 그리고 그 속에서 대응방안을 찾아봅니다.

한국은 신도시 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 신도시가 건설 중이다. 신도시가 대규모로 건설될 뿐 아니라 ‘신도시 불패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도 좋다. 신도시 불패론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신도시 불패론의 미래를 점쳐 본다.

일본 동경의 타마 신도시(뉴타운)는 환경 친화적 신도시로 한국에도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건교부가 판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벤치마킹한 신도시이다. 일부 언론이 환경친화적인 신도시의 전형으로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한국에도 꽤 알려진 신도시이다.

타마신도시는 동경의 부도심 신주쿠에서 쾌속 열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타마신도시의 관문인 ‘타마　센터역’은 백화점, 호텔, 쇼핑센터가 있어 비교적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특히 어린이 실내 놀이시설까지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들이 많다. 역사에서 5분쯤 걸자 중앙공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공원을 가로 질러 5분 정도를 걷자 우거진 숲 사이로 아파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파트라고 해야 우리의 연립주택 수준. 3~4층 정도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구릉을 따라 옹기종기 펼쳐져 있다.

빽빽하게 들어찬 아파트에 익숙한 필자에겐 신기하기만 했다. 단지와 단지 사이에는 우리식으로 보면 공원이 들어서 있는 것처럼 녹지가 많았다. 마치 미국의 전원 주택단지에 들어선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줄 정도로 한적했다. 대부분이 저층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는 동경의 시내 풍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타마 신도시는 우리에게 성공한 신도시로 알려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타마뉴타운은 일본에서는 ‘올드타운’이라는 오명으로 더 유명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 입주자들이 노인이 됐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노인의 거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올드타운’ ‘세대 불균형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말이 잘 실감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단지 내로 들어서자 비로써 ‘올드타운’이라는 오명의 실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단지 상가에 들어서자 이빨 빠진 듯 문을 닫은 상점들이 보였다. 셔터에는 '점포 임대'라고 안내문이 붙여 있었고 노인대상의 자원봉사 단체가 임대한 곳도 보였다.

단지 내 초등학교 건물에는 종합복지시설이라는 간판이 나붙어 있었다. 교실에는 책걸상이 쌓여 있었다. 교사 옆에는 한때 어린이들이 물장구를 쳤을 수영장은 을씨년스럽게 비어 있었다.

역사와 달리, 단지 내에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이든 노인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상점 주인은 “노인들만 많다보니 소비성향이 낮아 장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시간표를 보니 출퇴근 시간은 시간당 4편이지만 그 외시간은 2편 정도 밖에 운행되지 않았다. 쇼핑센터에서 산 물건을 배낭에 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노부부도 보였다. 곳곳에 판매광고판을 내건, 억새풀로 가득찬 단독주택부지들이 보였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타마신도시는 우리의 지금처럼 ‘꿈의 도시’였다. 인기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으며 중산층이 동경하는 주거지였다. 그러나 올드타운으로 전락한 것은 젊은 세대에게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것은 맞벌이 부부의 급증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의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신도시도 남편은 도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 부인은 자택에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전업주부로 구성된 가족을 상정해서 개발했다. ‘샐러리맨+전업주부+자녀‘를 표준 모델로 상정한 것은 당시의 보편적 라이프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샐러리맨의 종신고용체계가 붕괴되고 부인이 전업주부라는 성 역할 분업모델에 근거한 가족모델이 붕괴됐다. 여성도 취업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데다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노후가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면서 맞벌이가 일반적인 가족 형태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신도시에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도심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맞벌이부부에게 있어서 출퇴근 시간이 긴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

젊은 세대들은 환경이 좋은 신도시보다 생활의 편의성을 갖춘 도심을 선호했고 이는 신도시 기피현상을 심화시켰다. 선진국에서도 신도시와 같은 교외도시를 떠나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도심회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신도시 불패론이 유행하면서 교통망이 좋지 않은 지역까지 신도시·미니신도시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교통 정체는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도시 불패론이 옛 이야기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