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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내려다보는 풍수 명당터에 자리잡은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은 원래 광활한 모래벌판이었다. 1956년 5월 자유당 정권시절 정ㆍ부통령선거 때 30만명의 청중이 운집한 바로 그 유명한 백사장이다.

60년대 후반부터 이 모래벌판을 매립해 대규모 주택지가 조성됐고 이후 70년대 중반까지 공무원아파트 외국인아파트 한강맨션 삼익주택 한양주택 등이 연이어 들어섰다. 이때의 동부이촌동 아파트가 바로 우리나라 아파트단지의 효시다. 그것이 70년대 여의도로 옮겨갔고 이어 강남ㆍ잠실 쪽으로 번져갔다.

당시 동부이촌동 매립면적은 총 12만1827평. 가장 먼저 68~69년 공무원아파트가 지어지고 이어 70년 한강맨션과 외국인아파트가 들어섰다. 한강맨션은 27~55평형으로 이뤄졌으나 당시로 봐서는 지나치게 호화로운 것이어서 사치를 조장한다는 사회적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 첫 아파트 부촌임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했다. 한강맨션은 70년대 이후의 아파트 대형화를 주도했다.

80년대 들어 강남권 아파트에 밀려 ‘最高’ 에서 ‘最古’ 아파트 단지로 밀려난 동부이촌동은 그러나 90년대 들어 재건축이 활발히 추진되면서 낡은 모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강변 부촌으로 거듭난다. LG한강자이(현 GS한강자이) 동부센트레빌 우성 삼성리버스위트 등이 재건축을 통해 고급 아파트단지로의 변신을 주도했다.

특히 27평형부터 시작해 53ㆍ54ㆍ65ㆍ76ㆍ79평형 그리고 93평형 펜트하우스(4가구)로 구성된 LG한강자이는 동부이촌동 최고 아파트로 자리매김했다. LG한강자이의 경우 현재 한강 조망 여부 등에 따라 평당 3500만~4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삼성리버스위트 동부센트레빌 등도 이보다는 조금 낮지만 평당 매매가가 높다. 김정미 주민자치부위원장(부동산중개업)은 “동부이촌동은 지난 8ㆍ31 대책 이후에도 꾸준히 가격이 상승해왔다”며 “한번 들어오면 좀처럼 나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매물은 거의 없지만 행여 한두 개가 나오면 즉시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동부이촌동 부촌 아파트를 얘기하자면 바로 옆 동네인 서빙고동 신동아단지(1326가구)를 빼놓을 수 없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한강이 보이는 신동아 46평형의 현 시세는 15억원 선을 웃돌지만 사겠다는 대기 매수세는 줄을 서 있는 실정이다.

동부이촌동과 서빙고동에 살고 있는 부자는 기업인에서부터 고급 관료, 학자, 예비역 장성,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유명 연예인, 일본 대기업의 고위 임직원 등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다. 이촌1동 박경윤 동장은 “정말 다양한 부자가 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교수, 연예인, 예비역 장성 등이 특히 많다”며 “이들은 한번 진입하면 그냥 눌러살고 이주를 하더라도 이곳을 쉽게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고 들려줬다.

우리나라 첫 아파트 부촌인 동부이촌동의 미래는 매우 밝다. 뒤로는 남산, 앞으로는 한강에 접한 풍수 명당터의 입지를 자랑하는 데다 경부고속철과 경의선 복선전철, 용산 부도심 개발, 미군기지 이전 후 민족공원 조성 등의 대형 호재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1차 재건축 붐이 일었던 동부이촌동은 최근 재차 재건축과 리모델링 추진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한번 최고급 아파트 부촌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