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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때 공급 더 많았다"
대우증권 보고서 "분양가 규제 건설사 수익성 변화없어"
시장원리·공급위축 주장의 허구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를 합리화하기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한 23일 대형건설업체인 D사의 주가는 2.53% 오르며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뚝섬 상업용지 3구역을 입찰가의 1.8배인 3823억원(평당 6943만원)에 낙찰받은 업체로, 주택법 개정안 입법이 무산될 경우 택지비의 취득원가를 인정받을 수 있어 얼마든지 높은 분양가로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주식시장이 눈치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택법이 입법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분양가를 책정할 때 택지비도 적정 가격으로 재감정을 받아야 한다. (2006년 1월기준 뚝섬 3구역의 개별공시지가 평당 2677만원, 감정가 평당 2710만원) 그러나 입법이 무산될 경우 택지비 낙찰가를 분양가에 반영해 천문학적인 분양가 책정이 가능해 진다. 이를 시장에서는 ‘뚝섬 리스크 해소’라고 평가했고 최근 4일 연속 이 회사 주가는 올랐다.
주택법 표류, 시장은 어떻게 볼까
D사 뿐만 아니라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업체 주가는 이날 일제히 올랐다. 한 신문은 ‘주택법 개정 난항, 건설주 표정관리 힘드네’라는 제목으로 이날 건설사 주가 상승이 주택법 개정 표류와 연관돼 있음을 보도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지난해처럼 마음놓고 분양가를 올려가며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 될 수 있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투자자들은 주택법 개정안 표류가 누구에게 이득을 주는 일인지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들이 공급위축 주장은 분양가 폭리를 지속하려는 논리에 불과하다. 정부정책이 후퇴할 기미가 보이면 건설사 주가는 표정관리를 해야할 정도다.
시장 메카니즘에 따라 이익 극대화를 위한 건설사들의 경영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주택이라는 상품의 공공재적 특성을 고려할 때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가 건설업계와 일부 정치권의 주장대로 민간 부문의 공급 위축을 가져오고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것인지는 객관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가장 시장친화적이라는 증권시장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조차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도 건설업체 수익성 하락과 민간 공급위축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 리서치센터가 21일 발표한 건설업종 분석 보고서는 이에 대한 많은 객관적 근거와 자료들을 내놓고 있다. 보고서는 기업의 수익성 추구(시장원리)와 공급위축 논란에 대해 과거 분양가 규제시기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규제강화에 따른 수익성 하락, 수요 및 공급감소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고 못박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물량 줄지는 않는다"
이 보고서는 과거 분양가상한제 적용기간에 주택공급물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2008년 이후 주택공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인허가 절차 단축 등 핵심 규제 완화로 앞으로 민간주택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던 1989~1998년 당시 10년동안 연평균 주택공급 실적은 58만3294 가구로 분양가 자율화 때인 1999~2005년의 50만6774가구보다 15.1% 많다. 시대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분양가 규제가 공급감소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분양가를 규제하는 한편 민간공급을 촉진하는 조치도 함께 내놨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 민간 공동사업제’와 ‘택지 매입 후 인허가 절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 ‘계획관리지역 용적률 150%에서 200%로 상향’ 등이다.
민간주택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를 받은 과정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민간주택공급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올해는 건설업체들이 공급물량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주요 7대상장 건설업체의 올해 예상공급물량은 전년대비 122.4%나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제도 자체가 주택공급 감소 요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분양가 규제해도 건설사 수익성 변화 없다"
일 부에서는 분양가 규제가 기업의 수익성 추구라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점에 대해서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분석보고서는 “21개 주요 건설업체의 평균영업이익률은 분양가 상한제와 자율화 시기에 모두 동일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989~1998년말까지 분양가상한제 시기와 1999년 이후 2005년까지 분양가 자율화 기간을 비교한 결과 주요 건설업체 수익성 차이는 미미했다. 매출총이익률은 원가연동제 시기가 12.8%, 1999년 이후 분양가 자율화 시기가 13.3%로 0.5%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를 감안한 평균 영업이익률은 7.5%로 같았다. (이 보고서는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따른 건설업체 수익성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1989~1998년말까지 원가연동제 시기와 비교했다. 택지비와 표준건축비내에서 분양가를 산정하고 감정가액을 택지비로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이번에 새로 도입예정인 분양가 상한제와 거의 일치하는 제도다.
보고서는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 차이는 규제에 대응한 원가절감 노력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분양가 규제가 건설업체들의 실적기반인 분양 수요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2008년 이후 전개될 공급확대라는 보다 큰 그림에 주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택지비 산정과 관련해서도, “분양가 상한제로 택지비 관련 수익성 하락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더 이상 주변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산정할 수 없다. 정부가 인정하는 원가를 근거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택지비는 감정평가금액을 원가로 인정해준다. 감정평가금액은 인근 시세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저가에 토지를 매입한 후 인허가를 거쳐 분양사업을 하는 전형적인 자체주택사업의 수익성에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경쟁입찰을 통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택지를 매입하거나 알박기 등으로 매입가가 높아진 경우 수익성이 낮아지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주택용지의 '알박기' 등을 금지하고 택지공급을 원할히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일부 택지를 고가 매입했더라도 건설사는 다른 비용을 최대한 줄여 건축비 관련 수익성 하락을 방어할 것이다.
건설사· 언론·정치권 주장 허구성 드러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기업·산업 분석보고서는 근본적으로 투자자를 위해 해당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과 리스크를 분석한 것이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양가 규제와 관련한 건설업체들의 볼멘소리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주장이 진실인지 허구인지를 확연히 드러내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허구적인 논리는 치솟는 고분양가 앞에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은 무너져도 괜찮고, 건설업체들의 ‘드높은 이윤의 탑’이 다소 낮아지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아파트까지 확대하고 분양원가 공개는 민간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민간의 경우 공공택지에서는 61개 항목, 민간택지에서는 7개 항목 공개). 이는 적절한 분양가를 보장하면서도 과도한 고분양가 책정에 따른 시장질서 문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부가 수차례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정책의 핵심으로 이번 국회에서 입법이 안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다시 불러올 게 뻔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 앞에 내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했던 무주택 서민들은 지금 가슴을 졸이며 두 눈을 크게 뜨고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불안한 휴전상태’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고분양가 폭리와 '버블 동맹'을 방치할 것인가, 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것인가 하는 선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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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7/03/13 | 조회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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